수개월째 한미 간 접점을 찾지 못하고 방위비 분담금 특별협정(SMA) 협상이 공전하고 있는 가운데 미국 측 협상 대표가 교체되면서 ‘협상 재개’로 분위기가 바뀔지 5일 관심이 모아진다.
미국 국무부는 지난 3일(현지시간) 북극권 조정관으로 자리를 옮긴 제임스 드하트 전 한미 방위비 분담금 협상 대표의 후임자로 도나 웰턴 신임 대표를 임명했다.
웰턴 대표는 앞으로 한국을 포함해 일본 등 미국이 주둔하는 각국과 방위비 협상을 진행한다.
최근까지 아프가니스탄 카불 부차석대사로 재임한 그는 일본 전문가다. 웰턴 대표는 학부과정으로 예일대에서 일본어문학을 전공했고, 프린스턴대에서 아시아학과 고고학으로 석사학위를 받을 정도로 일본어 뿐 아니라 일본·동아시아 문화에 특기가 있다.
일본 도쿄와 나고야에서 공공 외교 관련 업무를 맡았고 삿포로에선 총영사를 지냈다. 또 2013년 6월부터 2015년 8월까지 주일 미국대사관에서 정무 담당 공사로 근무했다.
이 때문에 미국이 올해 가을쯤 시작될 일본과의 방위비 협상을 염두에 두고 협상 대표를 교체했다는 관측이 나오기도 한다. 사실상 우리 한미 보다는 미일 협상을 겨냥했다는 분석이다. 다만 그 시기에 맞물려 한미 간 협상도 재개될 수 있을지 관심이 모아진다.
한미 방위비 협상팀은 지난 3월 10차 분담금 1조389억원에서 첫해 13% 인상한 뒤 2024년까지 연간 7∼8% 상승률을 적용하는 안에 대해 잠정 합의했으나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이를 끝내 거부했다. 이후 미국은 50% 인상에 가까운 총액 13억달러(약 1조5900억원)와 유효기간 1년을 제안했으니 우리 측이 이를 거부한 뒤 협상은 수 달째 제자리 걸음 중이다.
그런 가운데 웰턴 대표의 임명이 협상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주목된다. 우선 웰턴 대표를 두고 앞으로 한미 방위비 협상에서 공세 수위는 강해질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전임 드하트 전 대표가 교체된 이유가 협상에서 성과를 내지 못했기 때문에 일종의 문책성 인사였다는 해석이다.
일각에서는 협상 대표가 교체 됐다고 해서 분위기 전환이 이뤄지기는 쉽지 않을 것이라는 가능성도 제기된다. 사실상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실질적으로 협상 대표를 맡고 있기 때문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앞서도 한 차례 한미 잠정합의안을 뒤집기도 했다. 협상 대표가 갖는 재량권이 어느정도인지 가늠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신종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 확산 등으로 본격적인 대면 협상이 이뤄지지 않고 있는 상황 또한 협상 재개에 탄력을 받기 쉽지 않을 것이라는 관측에 힘을 보태고 있다. 또한 기존에 한미간 진행됐던 합의 사항에 대한 인수인계가 빠른 시일 내 이뤄질지도 변수가 될 수 있다.
외교부 당국자는 전날 4일 기자들과 만나 미측 협상 대표 교체와 관련 “협상이 뒤로 가지는 않을 것”이라면서 “새로운 대표가 (인수인계를)받아서 하는 식”일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조속히 타결돼야하며, 합리적이고 공평한 분담을 해야된다”면서 기본 입장을 재차 강조했다.
아울러 외교부는 새로 부임한 웰턴 대표와 소통해 차질 없이 분담금 협상을 이어갈 것임을 밝혔다. 김인철 외교부 대변인은 전날 정례브리핑에서 “한미 간 방위비 분담금 협의는 차질 없이 계속 진행해 나갈 것”이라면서 “미국 측 신임 대표가 임명이 됐고 부임을 하면 소통을 이어나가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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