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 기업들, 美 기업 상대로 대규모 소송 제기…사실상 ‘정부 대리전’?

베이징=김기용 특파원 입력 2020-08-04 18:36수정 2020-08-04 18: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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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중 간 정보기술(IT)이 격화하는 가운데 중국 기업들이 미국 기업들을 상대로 대규모 소송에 나섰다. 중국 정부는 확산을 자제하는 모양새지만 소송 시기가 미묘해 사실상 ‘정부 대리전’에 가깝다는 분석이 나온다.

3일 월스트리트저널(WSJ) 등에 따르면 중국 상하이(上海)의 인공지능업체 ‘즈전(智臻) 네트워크테크놀로지(즈전)’는 이날 현지 법원에 제출한 소장에서 미국 애플사의 음성인식 기술 ‘시리’가 자신들의 특허를 침해했다고 주장했다. 즈전 측은 손해배상금 100억 위안(약 1조 7000억원)과 애플이 해당 특허를 침해하는 제품의 제조, 사용, 판매, 수출을 모두 중단할 것을 요구했다고 밝혔다.

애플은 즉시 성명을 내고 “즈전의 특허는 게임 및 일부 메시지 기능과 관련 있는 것일 뿐 시리와는 무관하다. 이미 중국 최고인민법원의 승인을 받은 독립 감정인들이 자사가 즈전의 관련 특허를 침해하지 않는다고 평가했다”고 반박했다.

앞서 지난달에는 중국 최대 통신업체 화웨이가 미국 통신사 버라이즌과 버라이즌의 공급업체인 시스코, HP 등에 대해 특허 침해 소송을 제기한 바 있다. 화웨이와 다른 기업 간 특허 분쟁은 종종 있었지만, 미국 대기업 3곳과 동시에 특허 소송을 진행한 것은 이례적이다. 동시다발 소송을 두고 미 언론은 미국의 제재로 어려움을 겪는 화웨이가 반격에 나섰다는 분석을 내놓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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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기업의 대규모 소송 제기는 중국 정부와 공감대 속에 이뤄졌을 거란 의견도 나온다. 최근 중국 정부는 홍콩 국가보안법(홍콩보안법)이나 남중국해 영유권 문제 등 이른바 중국의 ‘핵심 이익’ 이외의 사안에 대해서는 전면에 직접 나서지 않고 있다. 중국이 미국과 다중 전선(戰線)이 형성되는 데 따른 부담을 느껴 대리전을 택했다는 것이다. 중국 정부는 지금과 비슷한 기업 간 특허 갈등을 빚은 2012년, 2014년에도 관영 언론을 총동원해 미국 정부와 기업을 비난한 바 있다.

베이징=김기용 특파원 kk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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