英존슨 보좌관, 봉쇄령 위반 논란에도 “합리적 행동…후회 안해”

  • 뉴시스
  • 입력 2020년 5월 26일 09시 14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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긴급 기자회견 열고 동선 공개...정치권 사퇴 요구에 거부 반응
존슨 총리도 커밍스 감싸기 나서

보리스 존슨 영국 내각의 실세로 꼽히는 도미닉 커밍스 총리 수석 보좌관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관련 봉쇄령을 위반했다는 비난에도 “합리적인 행동”이었다며 “후회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BBC에 따르면 커밍스는 25일(현지시간) 런던 다우닝 10번가 총리 관저에서 긴급 기자회견을 열고 코로나19 이동금지령 위반과 관련된 논란을 이같이 일축했다. 정치권의 사퇴 요구도 받아들이지 않겠다고 밝혔다.

영국 일간 가디언, 데일리미러 등은 지난 24일 커밍스가 지난 3월 말 부모의 집을 방문하기 위해 런던 자택에서 400㎞가 떨어진 북동부 더럼 지역으로 이동했다고 보도했다.

3월 말은 존슨 총리가 코로나19 확진 판정을 받았던 시기다. 커밍스 역시 총리의 확진 발표 이후인 3월27일 코로나19 증상이 있다며 2주일간 자가격리 기간을 보낸 바 있다. 보도에 따르면 바로 이 기간 그는 더럼에 있는 가족들과 함께 머문 것으로 확인된다.

커밍스는 기자회견에서 “3월27일께 아내가 아프다는 사실을 파악한 뒤 총리실에 이같은 상황을 간단히 전달했다. 즉시 총리 관저에서 나와 집으로 운전했다”고 해명했다.

그러나 잠시 후 아내의 상태는 호전됐고, 남은 집무를 해결하기 위해 다시 사무실에 출근했다고 커밍스는 자신의 동선을 확인했다.

커밍스는 그러면서 만약 자신 역시 코로나19에 감염됐다면 4살 아들의 육아를 담당할 사람이 없다는 생각이 들었고, 이에 따라 부모가 있는 더럼으로 이동을 결정했다고 말했다.

커밍스는 “나는 (3월) 27일 저녁 아내와 아들을 태워 더럼까지 운전했고, 부모의 농장 인근에 있는 집에 머물렀다”고 설명했다. 또 더럼으로 갈 때까지 단 한 번의 정차도 하지 않았다며 사회적 거리두기를 어기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또한 정확히 자신이 코로나19 증세를 느낀 것은 다음 날인 3월28일이었다고 했다. 코로나19 검사를 실시한 결과 가족 모두 음성 판정을 받았다고도 했다.

지난달 12일 더럼 인근 호수에 차를 몰고 간 것과 관련해서는 사실을 인정하면서도 “런던으로 다시 돌아갈 준비 차원에서 시력 테스트를 하기 위해 약 30분 동안 드라이브를 한 것뿐”이라고 해명했다.

커밍스는 “나는 내가 다른 사람들과 크게 다르지 않다고 생각한다”며 모든 사람들에게 적용되는 규칙이 자신에게도 동일하게 적용된다고 말했다.

앞서 제1야당인 노동당은 논평을 통해 “영국인은 일반 국민과 커밍스를 위한 규정이 따로 있다고 생각하지 않는다”고 지적한 바 있는데 이 발언은 이에 대한 답변으로 해석된다.

이날 보리스 존슨 영국 총리는 코로나19 기자회견에서 커밍스의 행보에 대한 기자들의 질문에 “국민들의 반발은 이해할 수 있지만 커밍스의 행동은 합리적”이었다고 옹호했다.

그는 또 ‘커밍스를 무조건 지지하는 것이냐’는 질문에 “아니다. 어떤 사람도 조건 없이 지지하지는 않는다”면서도 “(커밍스의 행동이) 코로나19 대처와 관련한 영국 정부의 메시지를 훼손했다고 생각하지 않는다”고 커밍스를 감쌌다.

노동당은 “존슨 총리의 옹호는 코로나19에 희생된 영국인에 대한 모욕”이라며 “존슨 총리는 코로나19 위기의 중대한 시기에 공중보건 메시지에 대한 신뢰를 스스로 훼손 시켜 총리로서의 시험을 통과하지 못했다”고 비난했다.

존슨 총리의 발언에 영국의 주요 언론들 역시 비난의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보수당을 지지해온 데일리메일조차 “어느 별에 사는 사람들인가”라며 존슨 총리를 압박했다.

커밍스는 존슨 총리의 공공연한 실세로 알려진 인물이다. 존슨 총리는 총리로 선출된 후 ‘총리 수석 보좌관’이라는 자리를 신설해 그를 임명하고 자신의 집무실인 다우닝 10번가에 그의 사무실을 마련했다.

커밍스는 영국의 유럽연합(EU) 탈퇴(브렉시트·Brexit)를 위한 전략을 짠 사람으로 공영방송 BBC는 그를 주인공으로 한 드라마를 만들어 방영하기도 했다. 브렉시트 반대파에게는 ‘악마’로도 묘사된다.

[서울=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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