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티지지 1위 ‘아이오와 이변’…정치 신인 ‘돌풍’ 일으키나

  • 동아일보
  • 입력 2020년 2월 5일 14시 3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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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표 참사’를 빚은 미국 민주당 아이오와 코커스에서 실제 뚜껑을 열어본 결과 깜짝 이변이 일어났다. 피트 부티지지 전 인디애나주 사우스벤드 시장이 중간개표 과정에서 기존의 양강 구도를 형성하고 있던 70대 노장 정치인들을 제치고 1위에 올라선 것. 30대 정치 신인의 무서운 약진이 앞으로 9개월 간 이어질 대선 판세를 초반부터 뒤흔들고 있다.
부티지지

부티지지 후보는 코커스가 시작된 지 22시간 만인 4일(현지 시간) 오후 5시 처음 공개된 중간집계 결과(개표 62% 상황) 26.9%의 대의원 득표율로 후보 순위의 가장 위에 올랐다. 당초 승리가 유력했던 버니 샌더스 상원의원(25.1%)을 근소한 차이로 앞섰다. 엘리자베스 워런 상원의원이 18.3%로 3위, 조 바이든 전 부통령은 15.6%로 4위에 머물렀다. 특히 바이든 후보의 경우 전국 평균 지지율 1위를 바탕으로 대세론을 앞세워왔음에도 막상 아이오와 코커스에서는 상위 3순위도 들지 못하는 굴욕을 당했다.

민주당의 개표 과정이 실시간으로 업데이트 되지 않아 이 순위는 발표된 지 7시간이 지나도록 그대로 유지됐다. 부티지지가 전국 유권자들의 머리에 대선주자로 이름을 각인시키기 충분한 시간이었다. 아이오와에 이어 뉴햄프셔에서 프라이머리(예비선거) 유세를 시작한 부티지지 후보는 중간집계 결과를 전해 듣고 “1년 전 명성도 돈도 없는 4명의 직원들이 단지 큰 신념만 가지고 시작한 캠페인이 미래를 위한 더 나은 비전과 함께 현 대통령 교체를 위한 레이스에서 선두를 차지했다”며 만족감을 표시했다.
남편과 함께한 부티지지
남편과 함께한 부티지지

올해 38세인 부티지지 후보는 하버드대 로즈 장학생으로 영국 옥스퍼드에서 유학했고, 스페인어와 아랍어까지 모두 7개 언어를 구사하는 수재다. 불과 29세 나이에 사우스벤드 시장에 당선된 이후 80%의 압도적 지지율로 재선에 성공했다. 시장으로 재직 중이던 2014년 7개월 간 휴직을 하고 아프가니스탄에 해군 정보장교로 자원해 참전한 스토리로 주목받았다. ‘차세대 주자’로 새로운 바람을 몰고 올 것이라는 유권자들의 기대감에 경선 토론 과정에서 보여준 열정적이고 화려한 언변까지 더해지면서 ‘백인 오바마’라는 별명도 붙었다.

그러나 그는 인구 10만 명의 소도시인 사우스벤드 시장을 지낸 것 외에는 정관계에서 특별한 이력이 없는 게 흠. 경험이 부족해 아직 대선주자로 나서기에는 이르다는 평가를 받아왔다. 2018년 ‘남편’과 결혼한 동성애자라는 점도 보수층의 표를 얻지 못하는 결정적인 한계로 작용하고 있다.

부티지지 후보는 상대적으로 낮은 인지도를 끌어올리기 위해 ‘대선 풍향계’로 통하는 아이오와 코커스에 초반 화력을 집중하는 전략을 펼쳤다. 그는 석 달 전부터 아이오와를 수시로 드나들며 사활을 건 유세를 펼쳤고, 광활한 옥수수밭이 펼쳐진 시골 구석구석까지 훑으며 지지를 호소했다. 샌더스나 워런 후보의 급진적 공약과 달리 온건한 그의 정책 기조가 부동층과 중도 표심을 끌어모으는 데 효과를 발휘했다는 분석도 나온다.
부티지지

그 결과는 3일 아이오와 코커스 현장에서부터 여실히 드러났다. 디모인 시내의 제55선거구 코커스가 진행된 캐피탈 스퀘어에서 만난 엘리자베스 마스텔러 씨는 “이미 2달 전에 피트로 마음을 정했다”며 “사이코 같은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에 맞설 젊고 힘 있는 후보는 피트밖에 없다는 판단을 내렸다”고 말했다. 이날 1라운드에서 15%를 득표하지 못해 탈락한 후보들의 지지자들이 2라운드에서 대거 부티지지 후보 쪽으로 몰려가는 모습도 그의 돌풍을 예감케 했다.

다만 아이오와에서의 바람이 7월 민주당 최종 경선까지 같은 강도로 몰아칠지는 미지수다. 당장 22일 코커스가 예정된 네바다주는 보수 흑인과 라틴계 유권자들이 많아 동성애자인 부티지지 후보가 고전하는 지역이다. 29일 프라이머리가 열리는 사우스캐롤라이나의 경우 바이든 후보의 ‘방화벽(firewall)’이라고 불릴 정도로 최근까지 바이든 후보에 대한 지지 비율이 높다.

디모인=이정은 특파원 lighte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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