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통을 유머로’…SNS 달구는 우한시 주민들의 일상 생활

  • 뉴스1
  • 입력 2020년 2월 2일 19시 03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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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한 시 시민들 <유튜브의 ‘CGTN 기자의 우한 일기’ 영상 캡처>
우한 시 시민들 <유튜브의 ‘CGTN 기자의 우한 일기’ 영상 캡처>
신종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우한폐렴)으로 인해 봉쇄된 중국 후베이성 우한시의 시민들이 씩씩한 유머로 서로의 기운을 북돋고 있다고 홍콩의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가 1일 보도했다.

이들은 중국 소셜미디어에 #밀폐된 도시의 일기#라는 이름으로 우한에서의 생활에 대한 짧은 글이나 영상을 올리고 있다. 이는 10억건이 넘는 조회수를 기록중이다.

한 시민은 여느 때처럼 홀로 광장을 방문했다가 본 단체로 춤을 추는 중년 여성들의 영상을 올렸다. 또 다른 사람은 충칭 지역이 기부한 ‘사랑 양배추’라는 이름이 붙은 양배추의 자투리가 놓인 가게 선반을 찍어 올렸다. 그는 “양배추들은 사람들이 모두 나꿔챘다. 충칭시민들에게 고맙다”고 썼다.

다른 이들은 그들의 일상 생활, 즉 슈퍼마켓에서 줄을 서거나 집에서 음식을 비축하는 사진들을 올렸다. 한 이용자는 “우리가 언제까지 봉쇄될지는 모른다”면서 “병으로 먼저 죽을지 굶어 죽을지 모른다”고 썼다.

전문가들은 국가적인 위기 상황에서 시민들이 담담하면서도 풍자적인 유머 감각을 보이는 일은 자주 있다고 밝혔다.홍콩 중문대학의 언론·커뮤니케이션학부 조교수인 팡케청(方可成)은 2008년 쓰촨 대지진 당시도 블랙 유머(우울감이 바탕에 깔린 유머)가 쏟아져 나왔다고 했다.

그는 공공장소를 기피하게 된 우한을 비롯해 중국의 온·오프라인을 지배하는 정서는 ‘권태’라고 말했다. “중국 인구의 대다수는 이제 할 일도 없고 갈 연회나 모임도 없이 집에 머물고 있다. 그것이 유머러스한 글의 순환을 이끄는 중요한 요소라고 생각한다”고 설명했다.

유머는 또한 중국 인터넷 사용자들이 온라인 검열을 피해 다닐 수 있는 한 방법이기도 하다. 하지만 감정을 푸는 데는 이런 온라인 유머가 효과적이지만 정부에 책임을 묻는 데는 오프라인만큼 효과적이지 않다는 전문가들 의견이다. 하지만 중국에서 오프라인 상의 표현은 여러모로 쉽지 않다.

지난 주말 우한 시민들은 밤에 아파트 창문을 열고 힘내라는 뜻인 ‘자요우’(加油)를 외치며 서로를 격려했다. 하지만 다음날 의사들은 바이러스 확산이 우려되니 중단해 달라는 온라인상 호소문을 냈다.

의사들은 “열린 창문으로 노래를 부르는 도처의 사람들을 보는 것은 너무 위험하다”면서 “침방울이 건물 위아래로 흩날릴 수 있고, 노래를 부르기 위해 깊이 숨을 마셨다가 뱉으면서 이웃집으로 침방울을 날려 보낼 수 있다”고 웨이보를 통해 호소했다.

이 경고에 대해서도 우한 시민은 유머로 답했다. 한 시민은 “우한 시민이 되는 것은 너무 어렵구나”라며 자조적으로 받아쳤다.

(서울=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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