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날씬한 몸매 위해 담배 피워라”… 오스트리아 발레학교의 일탈

  • 동아일보
  • 입력 2019년 12월 19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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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71년 설립 ‘빈 스테이트 오페라’, 이름-옷 사이즈 불러 감량 압박
실수하면 구타… 내부 고발에 발칵

오스트리아 빈의 유명 발레학교가 날씬한 몸매를 유지하기 위해 재학생들에게 ‘담배를 피우라’고 권유한 사실이 드러나 파장이 일고 있다.

18일 BBC에 따르면 오스트리아 당국이 조사한 결과 빈 국립오페라극장 산하 학교인 빈 스테이트 오페라는 연습 중인 어린 학생들의 이름과 옷 사이즈를 함께 불렀다. 몸무게를 줄이라는 압박을 주기 위해서다. 체중을 줄이는 과정에서 학생들은 흡연을 하라는 권유까지 받았다. 나아가 학생들에게 가혹한 훈련을 시키다가 부상을 당해도 제대로 치료해주지 않은 것으로 드러났다.

1771년 설립된 이 발레학교는 유럽뿐 아니라 세계적으로도 손꼽는 발레 교육기관으로 통한다. 발레 유망주로 꼽히는 10∼18세 학생 100명 이상이 매년 유럽 전역에서 모여 발레 수업을 받는다. 이곳 졸업생들이 런던 로열 발레단, 뉴욕 아메리칸 발레극장 등 세계에서 가장 유명한 발레단에 들어가 명성이 높다.

그러나 앞선 4월 이 학교에서는 교육을 명목으로 연습 중 발톱이 빠지거나 피가 나도 ‘근성으로 그냥 계속하라’고 강요하는 등 학대에 가까운 19세기 훈련 스타일로 아이들을 가르치고 있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또 동작을 실수하면 머리카락을 잡아채거나 때리는 등 수시로 구타가 일어난다는 내부 고발도 나왔다.

이 학교 학생들이 피 흘리는 모습을 찍은 사진 등이 공개된 것은 물론이고 일부 학생은 성폭행까지 당했다는 이야기가 나오자 오스트리아 문화부가 특별위원회를 만들어 조사에 나선 것이다. 해당 학교는 “이미 학생들의 공연 횟수를 줄이고 있으며 내부 검토 후 답변을 내놓을 것”이라고 밝혔다. 그럼에도 추가 조사 등 학생들의 피해를 모두 밝히라는 요구가 커지고 있다고 일간 가디언은 전했다.

파리=김윤종 특파원 zozo@donga.com
#오스트리아#빈 스테이트 오페라#발레학교#가혹행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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