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하원, 표결 앞두고 ‘탄핵보고서’ 공개…“트럼프가 국가를 배신했다”

  • 동아일보
  • 입력 2019년 12월 17일 19시 47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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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동아일보DB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동아일보DB
미국 하원이 16일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에 대한 탄핵보고서를 공개했다. 658쪽에 달하는 보고서에는 탄핵소추안에는 포함되지 않았던 뇌물죄 혐의도 언급해 18일 경 하원 전체 표결을 앞두고 여론전이 고조될 전망이다.

워싱턴포스트(WP) 등에 따르면 탄핵보고서는 “트럼프 대통령이 직위를 남용해 국가를 배신했다”고 주장했다. 특히 보고서는 탄핵소추안에는 포함되지 않았던 뇌물죄 혐의를 거론했다. 법사위는 보고서를 통해 “트럼프 대통령의 직위 남용은 헌법상 뇌물죄 혐의와 그 밖의 연방 범죄들을 포함하고 있다”고 명시했다.

뇌물죄는 ‘우크라이나 스캔들’의 핵심이다. 트럼프 대통령이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에게 조 바이든 전 부통령에 대한 수사를 요구하면서 군사 원조를 그 대가, 즉 뇌물로 사용했는지가 주요 쟁점이었다. 하지만 하원 법사위는 구체적인 증거를 찾지 못해 뇌물죄를 탄핵소추안에 명시하지 않았다. 대신 하원 전체 표결 때 탄핵소추안과 함께 제출되는 탄핵보고서에 이를 언급함으로써 트럼프 대통령이 범법 행위를 저질렀음을 명확히 한 것이다.

보고서는 “국익과 국민을 배반한 대통령이 법을 넘어서도록 허용해서는 안 된다. 그가 자리에서 축출되는 것이 중요하다”면서 트럼프 대통령을 ‘배반자’로 낙인찍었다. 공화당은 “탄핵 사유가 너무 약해 미래의 탄핵 장벽을 낮춘다”면서 보고서에 반대의견을 실었다.

탄핵안은 18일 하원 전체 표결에 부쳐질 것으로 전망되는 가운데 여론은 팽팽하게 맞서고 있다. CNN이 12월 12~15일 사이 미국 성인 1005명을 상대로 설문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트럼프 대통령의 탄핵과 파면에 찬성한다고 응답한 사람은 45%, 반대는 47%였다.

하지만 보고서 발표 이후 민주당 내부 분위기는 탄핵 찬성으로 기울고 있다고 WP가 전했다. 보도에 따르면 공화당 우위 지역구에서 당선된 민주당 초선 의원 일부가 정치적인 부담을 무릅쓰고 탄핵 찬성표를 던지겠다고 밝혔다. 이날 미국 역사학자 750여 명은 하원에 공개 서한을 보내 “트럼프의 위법 행위가 탄핵 사유가 안 된다면 어떤 것도 탄핵 사유가 될 수 없다”고 압박했다.

최지선 기자 aurink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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