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 전격 북-미 회담에 “과도한 기대 피해야 하는 정치쇼” 복잡한 속내

  • 동아일보
  • 입력 2019년 7월 1일 16시 5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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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영 중국중앙TV 대표 프로그램 아예 북-미 회담 보도 안해
공산당 기관지 인민일보도 최하단에 짤막하게
“시진핑 방북 효과”라면서도 “과도 기대 말아야” 불편함 드러내

중국은 지난달 30일 판문점에서 전격적으로 열린 북-미 정상회담에 대해 겉으로는 “시진핑 중재 효과”라며 환영을 표시하면서도 “과도한 기대를 피해야 하는 정치쇼”라며 불편한 기색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관영 중국중앙(CC)TV의 메인 뉴스인 신원롄보(新聞聯報)는 이날 오후 7시(현지 시간)부터 40분간 방송됐지만 북-미 정상회담에 대해서는 전혀 언급하지 않았다. 신원롄보는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의 동정을 중심으로 국내외 소식을 보도하는 가장 권위 있는 뉴스 프로그램이다. 시 주석의 오사카 주요 20개국(G20) 외교가 북-미 정상회담에 가릴 것을 우려한 것으로 보인다.

중국 공산당 기관지 런민(人民)일보도 이달 1일 3면 가장 하단에 1단 기사로 북-미 정상회담을 짤막하게 보도하는 데 그쳤다.

특히 런민일보 소셜미디어 공식계정 샤커다오(俠客島)는 정지융(鄭繼永) 푸단(復旦)대 교수를 인터뷰하는 형식으로 “트럼프 대통령이 북한 땅을 밟은 것이 한반도에 의미가 크지만 이것의 역할을 지나치게 과장할 필요가 없다”며 “현재 상황으로 볼 때 이 회담은 북-미 양측 지도자 간의 한 번의 ‘정치쇼’이기 때문이다. 구체적으로 논의한 문제는 비교적 적었다”고 주장했다. 샤커다오는 이번 회담에 대한 “과도한 기대는 피해야 한다”며 “이번 회담 성사에 한국의 영향을 크지 않았을 것”이라고도 주장했다.

그러면서 샤커다오는 “북-미는 계속 정치적으로 크게 불신의 상황에서 (협상이) 비틀거려왔다. 북-미 양측 모두 신뢰할 수 있는 힘(시진핑)이 접합되지 않았다면 북미 양국 지도자가 단기간 내에 만날 수 없었을 것”이라며 시 주석 역할론을 강조했다.

런민일보 영문 자매지 글로벌타임스도 “중국의 중재가 김정은과 트럼프가 다시 우호적 분위기를 만들도록 북돋웠다”며 시 주석의 중재론을 부각했다. 이 신문도 정지융 교수를 인용하는 형식으로 “시 주석의 방북은 북한에 대한 정치적 지원을 보여주고 북-미가 교착 상태를 돌파하도록 돕는 게 목적이었다. 시 주석은 트럼프 대통령을 만나 협상을 계속해 합의에 이르도록 권했다”며 “판문점 북-미 회동은 중국의 중재와 격려가 효과적이었음을 증명한다”고 주장했다. 또 “중국(시 주석)의 격려가 없었다면 트럼프 대통령은 그렇게 빨리 판문점 회담을 진행시킬 자신감을 얻지 못했을 것이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무엇을 생각하는지 확실하지 않았을 것이기 때문”이라고 덧붙였다.

베이징=윤완준 특파원 zeitu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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