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터키에 “러시아판 사드 도입땐 F-35 안팔겠다” 압박

  • 동아일보
  • 입력 2019년 6월 9일 22시 18분


미국이 터키에 F-35 전략폭격기 판매 및 조종사 훈련을 중단하겠다고 밝혔다. 터키가 러시아의 최신 미사일 방공체계 ‘S-400’을 도입키로 한 것에 대한 경고 및 압박 성격이다.

8일 BBC 알자지라 등에 따르면 패트릭 섀너핸 미 국방장관 대행은 최근 터키에 ‘S-400을 도입하면 터키의 F-35 프로그램 참여 및 구매가 중단될 것’이라는 내용의 공문을 전달했다. 공문에는 미국에서 진행 중인 터키 조종사들의 (F-35 관련) 모든 훈련이 7월 31일로 끝난다는 내용 등이 포함된 것으로 알려졌다.

미국이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회원국이자 오랜 동맹인 터키를 압박하는 이유는 ‘러시아판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라고도 불리는 S-400 도입 문제 때문이다. S-400은 사정거리 400km의 지대공 미사일 방어 체계로 탄도미사일은 물론 스텔스 효과가 강한 전폭기에 대한 탐지 및 요격 역량이 뛰어나다. F-35, B-2 같은 미 공군 주력기에 큰 위협이 될 수 있다. 터키 기업들이 F-35 착륙 기어 및 중앙동체 관련 부품 생산에 참여했기 때문에 F-35 관련 정보가 러시아에 넘어갈지 모른다는 점도 미국의 불안을 자극하고 있다.

미국은 터키에 다른 나토 회원국처럼 미국산 미사일 방공시스템 설치를 요구해왔다. 반면 터키는 구매 조건 등 소위 ‘가성비’를 이유로 S-400 도입을 밀어붙이고 있다. 러시아에서는 터키군 인력에 대한 S-400 운용 교육이 한창이고 2개월 이후엔 S-400의 인도가 시작될 것으로 알려졌다. 장지향 아산정책연구원 중동연구센터장은 “전통적 우방국인 미국과 시리아 내전 종식을 둘러싸고 협력 범위가 커진 러시아 사이에서 터키가 어떤 선택을 하느냐에 따라 중동 정세에도 상당한 변화가 예상된다”고 진단했다.

이세형 기자 turtl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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