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무라이 무사로 변신한 아베… 10대 공략까지 나선 일본 자민당

  • 동아일보
  • 입력 2019년 5월 7일 17시 15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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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베 총리가 10대 모델들과 함께 등장하는 자민당 홍보 유튜브 영상. 유튜브 캡쳐
아베 총리가 10대 모델들과 함께 등장하는 자민당 홍보 유튜브 영상. 유튜브 캡쳐
“장벽 따윈 필요 없어!”

16세 소년이 강렬하게 랩을 한다. 15세 여성 댄서는 “나답게 살고 싶다”며 춤을 춘다. 무대에 등장한 10대 청소년 4명은 “전통을 뛰어 넘고 싶다” “세계를 노리고 싶다”며 당찬 포부를 밝힌다. 이들의 얘기가 끝나자 등장한 사람은 64세의 아베 신조(安倍晋三) 일본 총리. 이들을 향해 “미래를 만들고 싶다”고 말한다.

이달 1일부터 유튜브 등 온라인 동영상 사이트에 공개된 이 영상의 제목은 ‘신시대’다. 나루히토(德仁) 새 일왕 즉위, ‘레이와(令和)’ 시대 도래, 7월 참의원 선거 등을 계기 집권 여당인 자민당이 지지율 호소를 목적으로 만든 새 홍보 콘텐츠 ‘#자민당 2019’ 중의 하나다. 눈에 띄는 것은 선거권이 없는 10대들을 모델로 기용한 것이다. 등장인물 중에는 만 13세 중학생도 있다.

10대와 대화하는 총리… 20·30대→10대까지 내려온 자민당 공략층

아베 총리 사무라이 모델로 한 옥외광고. 도쿄=김범석 특파원 bsism@donga.com
아베 총리 사무라이 모델로 한 옥외광고. 도쿄=김범석 특파원 bsism@donga.com
5일 오후 도쿄 미나토(港)구 롯본기(六本木)의 랜드마크 ‘롯본기 힐즈’ 입구 유리창에 무협지 만화에 나올 법한 사무라이 무사 7명의 대형 수묵화가 걸렸다. 이 중 한 가운데 위치한 사무라이가 아베 총리를 형상화한 캐릭터라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시민들은 입구 앞에서 사진을 찍었다. ‘신시대의 개막’이라는 제목의 이 수묵화는 한국에서도 유명한 게임 ‘파이널 판타지’의 일러스트레이터 아마노 요시타카(天野喜孝) 씨가 만든 것이다. 이 역시 ‘#자민당 2019’의 일환으로 제작된 것으로 만화와 게임을 좋아하고 SNS를 즐겨하는 젊은 디지털 세대를 겨냥했다. 롯본기, 시부야 등 도쿄는 물론이고 나고야, 오사카 등 일본 대표 도시를 중심으로 이달 말까지 공개될 예정이다.

새로운 미래를 만들겠다는 아베 총리의 메시지 주 공략층이 20대 뿐 아니라 10대까지 낮아졌다. 자민당의 한 관계자는 7일 동아일보와의 통화에서 “새로운 시대를 맞아 집권 여당으로서 새로운 메시지를 주고 싶었다”며 “특히 새 시대를 이끌 젊은층이 공감할 콘텐츠를 만들어 지지층을 넓히는 것이 목적”이라고 말했다. 향후에는 여성 패션 잡지와 협업을 해 ‘이런 일본을 만들고 싶다’라는 메시지를 담은 티셔츠도 제작할 계획이다. 콘텐츠 공개도 인스타그램이나 유튜브 등 젊은층에 익숙한 SNS 중심으로 하고 있다.

자민당은 이미 수년 전부터 연예인이나 작가 등 유명인과 자민당 소속 정치인을 출연시키는 토크쇼 ‘카페스타’를 유튜브를 통해 공개해 왔다. 딱딱한 것이 아닌 마치 예능 프로그램 같은 정치쇼를 지향해 젊은층을 중심으로 인기를 얻고 있다.

일본의 우경화를 책임질 SNS세대

20·30대에서 10대까지 공략층이 내려간 전략의 중심에는 아마리 아키라(甘利明) 자민당 선거 대책 위원장이 있다. 아베 총리의 최측근 인사로 2016년 경제재생상(장관) 시절 대가성 정치자금 수수 의혹으로 물러났으나 지난해 10월 3선에 성공한 아베 총리가 개각을 단행하며 복귀에 성공했다. 자민당의 한 관계자는 “아마리 위원장이 취임 후 기업 마케팅 담당자, PR 전문가, SNS 전문가 등을 불러 연일 전략 회의를 열어 인스타그램이나 유튜브 등의 채널이 중요하다는 것을 알게 됐고 당원들에게도 SNS 사용법 등을 교육하고 있다”고 말했다.
자민당 홍보영상. 유튜브 캡쳐
자민당 홍보영상. 유튜브 캡쳐

집권 여당이 10대까지 포섭하게 된 것은 젊은층의 자민당 지지율이 점점 높아지고 있기 때문이다. 최근 아사히신문이 아베 총리의 4선에 대해 설문 조사를 벌인 결과 18~29세의 약 40%가 찬성한다고 응답한 반면 30대 이상에서는 반대가 차지했다. 지난 달 치러진 통일지방선거를 앞두고 니혼게이자이신문이 벌인 조사에서는 18~39세의 50%가 선거에서 자민당에 투표하겠다고 응답했다.

최근 일본 젊은층의 보수화에 대해 아시히신문은 일본 사회 구조 변화에 따른 현상이라고 보도했다. 사회학자 야마다 마사히로(山田昌弘) 주오대 교수는 “비정규직이 일반화 된 사회 구조 속에서 과거처럼 정사원 위주의 노동조합 등 조직적인 단체 행동이 어려워진 상황”이라고 말했다. 경기 호조, 취업률 상승 등 아베노믹스(아베 신조 총리의 경제정책)의 효과로 현재를 바꾸기보다 순응해 살아가길 원하는 젊은층의 의식 변화도 원인으로 꼽힌다.

젊은층의 우경화를 우려하는 목소리도 나타나고 있다. 한 한일 외교소식통은 “10대부터 지지자들을 모아 참의원 등 선거에서 승리, 장기적으로는 아베 총리가 원하는 개헌 추진을 가속화하는 것이 핵심”이라고 말했다.

도쿄=김범석 특파원 bsis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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