폼페이오 “北 발사체, ICBM 아니다…비핵화 길 여전히 있다고 믿어”

  • 동아일보
  • 입력 2019년 5월 6일 15시 11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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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이크 폼페이오 미 국무장관은 5일(현지시간) 북한의 발사체 발사와 관련해 “단거리로 여러 발 발사됐다”며 “중장거리 미사일이나 대륙간탄도미사일(ICBM)이 아니라는 강한 확신을 갖고 있다”고 밝혔다. 이와 함께 “비핵화를 위해 가능한 모든 외교적 기회를 써 볼 것”이라며 북한의 저강도 도발에도 불구하고 협상을 이어나갈 의사가 있음을 확인했다.

폼페이오 장관은 이날 ABC, CBS방송 및 폭스뉴스 등 3개의 방송사와 연쇄 인터뷰를 갖고 미국 정부의 이런 입장을 설명했다. 그는 “(발사체들이) 그 어느 국제 경계선도 넘지 않은 채 북한의 동쪽 바다에 떨어졌고, 미국이나 한국, 일본에 위협이 되지 않았다”며 “ICBM은 아니다”고 말했다. 북한의 이번 발사가 핵·미사일 실험의 중단(모라토리엄) 약속을 위반하는 것이냐는 질문에는 “들여다봐야 한다”면서도 “모라토리엄은 미국을 위협하는 ICBM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고 답했다.

그러면서 “우리는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외교 외에 다른 방법에 기대지 않고 비핵화를 할 수 있는 길이 있다고 여전히 믿고 있다”고 강조했다. “무력을 쓰지 않고 핵무기를 없애고 검증할 수 있는 모든 외교적 기회를 써보는 것이 중요하다”고 덧붙였다. 그의 인터뷰 내용 곳곳에는 북한을 대화 테이블로 유도하기 위해 ‘선해’(선의로 해석)한 흔적들이 고스란히 담겨 있다.

ABC ‘디스위크’에 출연해선 “(북한의 발사체는) 상대적으로 단거리용(relatively short range)”이라고 밝혔고, 발사체가 ICBM이 아니라서 미국은 물론 한국과 일본을 위협하는 것이 아니라고 안심시켰다. 정세현 전 통일부 장관은 6일 라디오 방송에 출연해 “정 전 장관은 ”폼페이오 장관이 쏘긴 쐈는데 자기네(북한) 영해 안에서 왔다 갔다 한 일이기 때문에 문제가 없다는 식으로 얘기한 건 미국도 일을 키울 생각이 없다는 뜻“이라고 해석했다.

폼페이오 장관의 발언은 그러나 북한의 추가 도발 여지를 남겼다는 평가도 적지 않다. ICBM만이 모라토리엄(동결)의 대상이며, 대북 제재의 핵심이라고 선을 그은 건 북한으로 하여금 미국을 시험에 들게 하는 빌미를 제공했다는 것이다. 앞서 지난달 30일 최선희 외무성 제1부상이 조선중앙통신과의 문답을 통해 ”미국이 운운하는 ‘경로 변경’은 미국만의 특권이 아니며 마음만 먹으면 우리의 선택이 될 수도 있다“고 밝힌 것도 북한의 추가 도발 가능성을 시사했다고 볼 수 있는 부분이다. 천영우 전 청와대 외교안보수석비서관은 ”북한 군부는 앞으로 대화가 멈춰진 틈을 타서 그동안 점검하지 못했던 재래식 무기나 미사일 능력을 증강시키려 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향후 도발을 최소화하기 위한 단계로 이번 단거리 미사일 발사에 대해 반응을 정제할 필요가 있다는 조언도 있다. 홍민 통일연구원 북한연구실장은 ”북한이 과거 패턴을 재현하는 듯한 추가 도발을 한다면 엄중히 경고해야겠지만, 자칫 호들갑을 떨면 북한이 이를 빌미로 안전보장 프레임으로 확장해서 나올 경우 한미가 대응하기 쉽지 않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폼페이오 장관은 다만 대화 재개의 불씨가 살아 있음을 거듭 강조했다. ABC와의 인터뷰에서는 하노이 회담 결렬 이후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이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 대화를 가졌느냐는 질문에 ”대화는 있었다“고 답했다. 또 ”앞으로 몇 주 동안 활발히 대화할 수 있게 돼 대화 진전을 위한 방법에 대해 협의할 수 있기를 바란다. 북한으로부터 답변도 들었다“고 말해 눈길을 끌었다.

워싱턴=이정은 특파원 lightee@donga.com
신나리 기자 journari@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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