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딜 브렉시트 불가피” 쏟아지는 우려에도 출구 못찾는 영국

  • 동아일보
  • 입력 2019년 4월 2일 16시 13분


코멘트
영국이 관세, 공동시장 등과 관련해서 유럽연합(EU)과 아무런 합의안을 만들지 못하고 EU에서 탈퇴하는 ‘노딜(No deal) 브렉시트’ 발생 가능성이 커지면서 경기 침체를 우려하는 목소리가 쏟아지고 있다.

국제 신용평가기업 스탠다드앤드푸어스(S&P)는 1일 “노딜 브렉시트가 발생하면 소득과 성장이 하락하고 국가 채무는 늘어 정부 재정은 어려워진다. 파운드화 가치도 더 떨어질 것”이라며 “장기적으로 국가신용등급을 현재 AA에서 내릴 수 밖에 없을 것”이라고 경고했다. 투자은행 골드만삭스는 2016년 브렉시트 국민투표 이후 영국의 경제활동이 저조해져 국내총생산(GDP) 2.5%에 해당하는 잠재성장의 기회를 잃었다고 진단했다.

뉴욕타임스는 연구기관 뉴파이낸셜의 조사를 인용해 275개 이상의 영국 기업이 유럽 다른 국가로 법인을 이미 옮겼거나 옮기고 있다고 전했다. 로이터통신은 BMW와 푸조가 다음 주 영국 내 공장을 폐쇄할 것이라고 보도했다. 닛산은 신형 SUV모델 ‘엑스트레일’을 선더랜드공장에서 생산하려고 했으나 계획 자체를 철회했다.

영국 자동차공업협회는 2월말 현재 1년 전과 비교할 때 자동차 생산량이 15% 줄었으며 9개월 연속 감소세를 보이고 있다고 밝혔다. 영국상공회의소(BCC)도 1~3월 제조 및 서비스 기업의 투자 의향은 최근 8년 사이 가장 낮았으며 서비스 분야 수출 증가는 2009년 이후 가장 저조한 비율이라고 우려했다.

영국 하원은 여전히 출구를 찾지 못하고 있다. 1일 브렉시트 관련 4가지 대안을 표결에 부쳤지만 모두 부결됐다. 영구적으로 EU와 관세동맹을 맺는 방안은 찬성 273표, 반대 276표로 3표 차이로 부결됐다. 유럽자유무역연합(EFTA)에 가입해 EU와 유럽경제지역(EEA) 협정에 참여하는 방안도 21표차로 부결됐다. 의회를 통과한 모든 브렉시트 합의안은 국민투표를 거치도록 한 방안은 12표차로 통과하지 못했다.

EU는 영국 하원에서 브렉시트 합의안을 마련하지 못해 EU 정상들이 통보한 12일 노딜 브렉시트를 해야 하는 상황을 기정사실로 받아들이는 분위기다. 기 베르호프스타트 유럽의회 브렉시트운영위원장은 “영국 하원이 모든 방안을 부결시켰다”며 “이제 노딜 브렉시트가 거의 불가피해졌다”고 말했다. 젠스 가이어 EU의회 의원(독일 출신)는 “굉장히 지겹게 런던 내부의 권력투쟁을 지켜보고 있다”고 꼬집었다. 장클로드 융커 EU 집행위원장은 “고대 이집트 신화에 나오는 스핑크스와 영국을 비교하면 스핑크스의 수수께끼를 푸는 편이 훨씬 더 빠르고 쉬울 수도 있다”며 “영국이 원하는 것을 알려달라”고 말했다.

파리=동정민특파원 ditto@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