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리핀 네그로스섬 경찰 총격 논란…“반군” “농부 대학살”

  • 뉴스1
  • 입력 2019년 3월 31일 23시 53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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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리핀 경찰, 남성 14명 총격 사살 “공격 맞대응”
인권단체 “무방비 상태…토지권리 주장한 농부들”

필리핀 중부에서 경찰의 총격으로 사망한 남성 14명의 신원을 두고 논란이 불거지고 있다고 AFP통신이 31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지난 30일 필리핀 경찰은 중부 네그로스 섬에서 남성 14명이 불법 총기 소지 혐의로 가택 수색영장을 받은 경찰관들을 향해 총격을 가했고, 이에 대응 사격해 이들을 사살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사망한 남성들은 공산주의 반군이었다고 주장했다.

경찰 대변인은 “그들은 우리 작전팀에 맞섰고 우리는 반격할 수밖에 없었다”며 “몇몇은 농부이지만 그게 몇 명인지는 확인할 수 없다”고 말했다. 그는 이번 작전은 네그로스 섬 반군 공격에 대한 대응이었다면서 “경찰관 1명이 부상했다. 경찰은 또 다른 12명을 체포했다”고 덧붙였다.

필리핀에서 공산주의 반군들은 50년째 반정부 무장투쟁을 벌이고 있다. 필리핀 정부와 마오주의 반군은 지난 2016년 평화협상을 재개하고 무기한 휴전에 합의했었지만 두테르테 대통령은 2017년 11월 협상을 폐기했다. 그리고 이들을 ‘파괴’하라고 명령했다.

그러나 인권 단체들은 사망한 이들이 반군이 아닌 “토지 권리를 주장한 농민들”이었다며 이들은 로드리고 두테르테 대통령 하의 폭력적인 진압 과정에서 살해당한 가장 최근의 피해자라고 말했다.

인권단체 카라파탄은 목격자 진술을 인용, “그들은 무방비상태였다. 이건 분명한 대학살이었다”며 “그들은 (공산주의 반군) 회원이자 동조자라는 꼬리표가 달렸지만 실제로는 자신의 토지 권리를 주장한 농부들이었다. 두테르테 대통령은 자신의 권리를 위해 싸우는 사람들을 포함해 자신을 비판하는 모든 사람들을 공격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단체는 갈수록 증가하는 살인 사건에 ‘엄중한 우려’를 표하며 사건 진상 조사에 나서겠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이번 사건은 작년 10월 네그로스 섬에서 농민 9명이 무장괴한에 살해당한 일에 이은 가장 최근의 공격이라고 덧붙였다.

필리핀 사탕수수 산업의 중심지인 네그로스 섬는 부유한 일부 지주들과 가난한 농장 근로자들이 사는 지역이다. 필리핀 정부가 소작농에게 농지를 재분배하는 일에 주춤한다는 비판과 함께 네그로스 섬에서는 토지 소유권을 둘러싼 갈등이 점차 많아지고 있다.

농업노동자단체는 이번 사건을 네그로스 섬에서 증가하는 인권 침해 사건으로 간주하며 맹비난했다.

필리핀 정부에 따르면 나라 전역에서 인구 5분의 1에 해당하는 약 2000만명의 농장 근로자들은 일당 2달러도 받지 못한 채 살고 있다고 AFP는 설명했다.

(서울=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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