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국내 정치에서 연이어 맛본 패배를 만회하기 위해 제2차 북미정상회담 성과에 기대를 걸고 있다는 분석이 나왔다.
17일(현지시간) 미국 정치전문매체 폴리티코는 야당인 민주당과의 정쟁에서 패배하고 있는 트럼프 대통령이 이달 27~28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의 만남에서 자신의 협상력이 빛을 발하길 기대하고 있다고 전했다.
폴리티코는 하노이에서 열리는 이번 북미정상회담이 지난해 11월 중간선거와 올해 초 연방정부 셧다운(일시적 업무정지) 사태 등으로 연이은 패배를 맞고 있는 트럼프 대통령에게 정치적 서사를 바꿀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한다고 봤다.
트럼프 대통령은 자신이 의회에 요구했던 국경장벽 건설 자금 57억달러가 수용되지 않았음에도 불구하고 “많은 긍정적인 일들이 일어나고 있다”면서 “우린 정상회담을 준비하고 있다. 아주 성공적인 회담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의 말대로 2차 북미정상회담이 성공한다면 2020년 대통령 재선 당선을 노릴 때 자신의 외교적 성취를 과시할 수 있지만, 만일 원하는 결과를 얻지 못한다면 능력이 부족하다는 평가를 피할 수 없을 것이라고 폴리티코는 전망했다.
백악관과 밀접한 관계를 맺고 있는 한 공화당원은 폴리티코와의 인터뷰에서 “(2차 북미회담이) 성공한다면 선전을 할 것이고, 그렇지 않다면 안 그럴 것”이라면서 “성공하면 역사적이고 놀라운 일이 되지만 그게 안 된다면 곤란한 일이 된다”고 말했다.
일부 비평가들은 지난해 6월 싱가포르에서 열린 1차 북미정상회담이 외교적 교류라기보다는 막연한 공동 목표밖에 제시하지 못한 언론 보도용 행사라고 비판하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 회담을 완전한 성공으로 묘사했지만, 북한은 미국이 제시한 ‘완전하고 검증 가능하며 되돌릴 수 없는 비핵화’(CVID) 로드맵을 사실상 거부했다.
그러나 트럼프 대통령의 예측 불가능한 면모가 북핵 문제를 해결하는 열쇠로 작용할 수 있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핵 전문가인 그레이엄 앨리슨 하버드대 교수는 “(북미 정상의 외교는) 일반적인 외교가 아니고, 또 (트럼프가) 정상적인 대통령도 아니다”하면서 “어쩌면 그런 사람이 아주 훌륭한 아이디어를 가지고 있을지도 모른다”고 말했다.
앨리슨 교수는 “트럼프 대통령은 김정은 위원장과 비슷하다. 소셜미디어를 보고 농구 경기를 보고 바보같은 영화를 본다”면서 “트럼프 대통령이 이 젊은이(김정은)와 소통하는 방식은 내가 강의를 하는 방식보다 이해하기 쉬울 것”이라고 덧붙였다.
낙관론자들은 스티븐 비건 미 국무부 대북정책특별대표가 최근 협상을 잘 이끌고 있다고 보고 있다. 비건 대표가 지난해 8월 임명된 후 북한 당국자들과 만나려 고군분투한 끝에 얻어낼 것을 얻어내면서 자신의 협상력을 강화했다는 평가다.
비건 대표는 지난달 스탠퍼드대 연설에서 북한이 미사일 실험과 핵실험에 사용되던 장소 2곳을 파괴하기 위한 예비 조치를 취했으며 플루토늄과 우라늄 농축 시설을 파괴하겠다고 약속했다는 점을 언급했었다.
트럼프 행정부는 2차 북미정상회담에서 북미 양측이 수행할 수 있는 일련의 조치를 설명하는 북한의 비핵화 로드맵을 얻길 바라고 있다. 이와 관련해 비건 대표는 미국이 북한에 상응조치를 취할 준비가 돼 있다는 발언을 했었다.
폴리티코는 트럼프 대통령의 최근 발언에 미루어 봤을 때 그가 김정은 위원장과의 만남에서 가장 큰 희망을 갖고 있으며, 만일 그가 실제로 노벨평화상 후보에 오르지 못하더라도 ‘중재자’(peacemaker)로서의 자신을 크게 선전할 것으로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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