셧다운 개시와 크리스마스 연휴 겹쳐 큰 혼란 없어
26일부터 국무 교통 국립공원 도서관 등 업무 차질 나타날 듯
트럼프 “국경장벽 예산 허용 안 되면 셧다운 감수해야” 자신감
민주당 “하원 통과 어림없어”…극한 대립으로 혼란 길어질 수도
미국 연방정부가 22일 0시부터 셧다운(일시적 업무정지)에 들어갔다. 15개 부처 중 국토안보부, 국무부, 법무부 등 9개 부처의 예산안이 처리 시한(21일)까지 가결되지 못했기 때문이다. 1월 20일부터 3일간, 2월 9일 반나절간의 셧다운 이후 올해 들어 3번째다. 1976년 제럴드 포드 대통령 때의 첫 셧다운부터 헤아리면 20번째. 한 해 동안 3번 연방정부가 셧다운된 것은 1977년 지미 카터 대통령 때 이후 41년 만이다.
동아일보 DB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달 말 이미 “불법 이민자 차단용 국경장벽 건설 비용 50억 달러(약 5조6220억 원)를 예산에 포함시키지 않으면 정부를 셧다운하겠다”고 공언했다. 이달 13일 백악관에서 민주당의 척 슈머 상원 원내대표, 낸시 펠로시 하원의장과 가진 공개 면담에서도 트럼프 대통령은 “국경 보안이 지켜지지 않는다면 긍지를 갖고 정부를 셧다운하겠다”고 거듭 밝혔다. 그만큼 예고된 셧다운인 셈이다.
이날 셧다운 돌입과 동시에 25일까지 크리스마스 연휴가 시작된 까닭에 그 여파는 아직 크게 나타나지 않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24일을 연방 공휴일로 지정했다. 의회전문지 더힐은 “고요한(tranquil) 셧다운이었다”며 “의원들은 21일 저녁부터 집으로 돌아가기 시작했다”고 전했다. 월스트리트저널도 “연방정부 기관의 4분의 1 정도가 문을 닫았지만 당장 눈에 띄는 충격은 없었다”고 보도했다.
22일 오후 의사당을 찾은 마이크 펜스 부통령에게 슈머 원내대표가 절충안을 제시했지만 합의에 이르지는 못했다. 슈머 원내대표는 펜스 부통령에게 “국경장벽 비용 예산은 절대 하원을 통과할 수 없다”고 말한 것으로 전해졌다. CNBC에 따르면 공화당 미치 매코널 상원 원내대표는 “27일에 상원이 예산안 표결을 위해 모일 것”이라고 밝혔다.
내년 예산안의 75%는 통과된 만큼 그 안에 포함된 국방부, 보건복지부 등의 업무는 이번 셧다운 영향이 없다. 반면 통과되지 못한 나머지 25%의 예산안 때문에 출입국 관리, 소방, 전기, 수도 등을 담당하는 공공기관 직원 42만여 명이 셧다운이 해소될 때까지 급여 없이 근무해야 한다. 또 다른 공무원 38만여 명은 ‘일시 해고’와 다름없는 강제 무급휴가에 들어가게 된다. 크리스마스 연휴가 끝나면 관련 업무 차질이 본격화할 수 있다. 내무부 산하의 국립공원, 농무부가 관리하는 국립수목원도 대부분 휴장한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연방정부 셧다운 직후 트위터에 올린 글. 그는 “셧다운과 미군의 시리아 철군에 대해 우려하는 언론
뉴스는 거의 모두 ‘가짜’다. 우리는 국경의 안보를 위해 절실한 마음으로 민주당과 협상하고 있다”고 말했다. 트위터 캡처 “내가 정부 셧다운의 책임을 떠안겠다”고 장담했던 트럼프 대통령은 21일 트위터에 올린 영상 메시지를 통해 “정부가 할 수 있는 일이 없다. ‘위대한 국경 방어막’을 세우기 위한 (의회의) 표를 얻어내야 하기 때문”이라며 민주당에 책임을 돌렸다. 이런 행태에 일부 여당 의원마저 비판의 날을 세웠다. 공화당 라이언 코스텔로 연방 하원의원은 22일 CNN과의 인터뷰에서 “셧다운으로 인해 민주당이 굴복하리라 기대하는 건 ‘유아적 논리(toddler logic)’”라고 꼬집었다.
그러나 이번 셧다운이 정치적 수 싸움에 능한 트럼프 대통령의 전략적 선택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워싱턴포스트는 “다음 선거가 2년이나 남은 시기의 셧다운은 ‘좋은 도박(good gamble)’일 수 있다”고 평했다. 셧다운이 장기화되지 않는다면 그로 인한 불편이 여론에 미치는 영향은 미미하며, ‘국민 43%가 국경장벽을 찬성한다’고 나온 여론조사 결과를 바탕으로 지지 기반을 더욱 강화할 수 있다는 설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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