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시 전 美대통령, 65년전 먼저 떠난 딸 이제 만난다…기억될 일화들

  • 뉴시스
  • 입력 2018년 12월 1일 22시 4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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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지 허버트 워커(H. W.) 부시 전 미국 대통령은 지난달 30일 밤(현지시간) 텍사스주 휴스턴 자택에서 세상을 떠났다. 부시 전 대통령은 비록 ‘먼 길’을 떠났지만 그에 얽힌 일화는 여전히 그가 살던 이곳에 길이 남아있을 것이다.

◆부시 전 미국 대통령에게는 평생 가슴 속에 자리잡고 있었던 아픔이 있었다. 4살 때 백혈병으로 세상을 떠난 딸 로빈이다. 로빈은 1949년생으로 아들 조지 W. 부시 전 대통령보다 3살 아래였다.

금발머리에 얌전한 아이였던 로빈은 평소에 기운이 없었고, 병원에서 백혈병 진단을 받은 뒤 7개월만에 세상을 떠났다.

지난 2013년 7월 혈관성 파킨슨 증후군으로 제대로 걷지 못해 휠체어 신세를 지고 있던 아버지 부시 전 대통령은 60년 전 하늘나라로 먼저 간 딸 로빈을 생각하며 삭발을 했다. 자신의 경호원의 2살 배기 아들이 백혈병으로 투병하는 것을 보고 항암치료비를 모금하는 것을 돕기 위해서였다.

다른 동료 경호원들도 함께 삭발을 했다. 당시 아기를 안고 휠체어에 앉아 있는 아버지 부시 전 대통령의 삭발한 사진은 한국에서도 소개가 됐었다.

아버지 부시는 노년이 되면서 먼저 간 딸을 더욱 더 그리워했고, 죽게 되면 가장 먼저 보고 싶은 사람이 딸 로빈이라고 말하곤 했다. 이제 그는 그토록 그리워했던 딸을 만나게 됐다. 딸 로빈은 지난 4월 엄마 바버라부터 만났다.

◆부시 전 대통령은 미국과 중국이 국교를 맺기 5년 전인 1974년 중국 베이징의 연락사무소장에 임명됐다.

수교 이전이었기에 연락사무소는 대사관의 전단계이며 부시 전 대통령은 특사 역할을 했다. 미국과 중국은 1979년 1월에 정식 수교했다.

부시 전 대통령은 베이징에서 1년간 근무하면서 틈만 나면 자전거를 타고 중국의 시골을 여행했다. 당시 중국은 ‘죽(竹)의 장막’에 가려진 나라로 불리던 시절이었기에 중국에는 서양인이 거의 없었다.

부시 전 대통령이 자전거를 타고 여행을 다니면 그가 중국을 구경하는 게 아니라 중국인들이 부시 전 대통령을 구경했다. 자전거 여행에는 바버라 여사도 함께 하곤 했다.

부시 전 대통령은 2008년 출간된 일기에서 자전거를 타고 중국 시골을 여행했던 이야기를 포함해 중국에서의 값진 경험에 대해 상세히 얘기했다.

◆아버지 부시 전 대통령은 2016년 미국 대선을 앞두고 공화당 내에서 아들 젭 부시 전 플로리다 주지사와 도널드 트럼프 후보가 경선을 벌일 때 자주 괴로워했다. 치열했던 경선 과정에서 아들이 심한 공격을 받는 것을 봤기 때문이다.

자신도 험한 꼴 다 겪으며 대통령까지 했으면서도 아들이 곤경에 처하는 것을 볼 때에는 평범한 아버지였을 뿐이다. 아들 젭 부시는 결국 트럼프 후보에 밀렸고, 공화당의 최종 후보가 된 트럼프는 민주당 힐러리 클린턴 후보를 꺾고 대통령이 됐다.

아버지 부시는 아들을 공격해댄 트럼프 후보에 앙금이 남아 대선에서 클린턴에 투표한 것으로 전해졌다. 그러나 아버지 부시 전 대통령과 아들 부시 전 대통령은 트럼프 당선 이후 곧바로 축하전화를 했다.

◆아버지 부시 전 대통령은 1989년 2월 일본을 방문했을 때 국빈만찬에서 복통으로 쓰러지며 주위를 놀라게 한 일이 있었다. 어린 시절부터 싫어했던 브로콜리가 들어있는 음식을 먹은 탓이었다.

부시 전 대통령은 1990년부터 에어포스 원의 기내식에서 브로콜리를 빼도록 했다. 어렸을 때부터 싫어했다는 다소 황당한 이유였다. 그는 그해 기자회견에서도 브로콜리를 먹지 않겠다는 말을 한 적이 있다.

◆부시 전 대통령은 타자기를 쓰지 않고, 늘 펜으로 글을 썼다. 보좌진에게 보내는 메모든, 친구에게 보내는 편지든 언제나 손글씨를 고집했다.

【로스앤젤레스=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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