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 핵검증 진도 나가기 망설이는 듯… 靑 “협상동력 잃진 않아”

  • 동아일보
  • 입력 2018년 11월 8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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北-美 고위급 회담 돌연 연기


마이크 폼페이오 미국 국무장관과 김영철 북한 통일전선부장의 뉴욕 고위급 회담이 연기되면서 북-미 비핵화 협상 재개가 불투명해졌다. 미국은 “회담을 다시 잡을 것”이라며 대화의 문을 열어뒀다. 하지만 대북제재 완화를 놓고 거친 신경전이 계속되는 가운데 실무회담에 이어 고위급 회담까지 무산되면서 북-미 대화가 좀처럼 교착 상태에서 빠져나오지 못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 뉴욕회담 하루 전에 연기

헤더 나워트 미 국무부 대변인은 7일(현지 시간) 네 문장의 짧은 성명을 통해 “이번 주 뉴욕에서 열릴 예정이던 미북 고위급 회담이 나중에 열릴 것”이라고 밝혔다. 미 국무부가 전날 뉴욕회담 일정을 공개적으로 발표한 지 하루 만에 회담이 연기된 것이다. 나워트 대변인은 “진행 중인 대화(ongoing conversation)는 계속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국무부는 회담 연기 이유는 설명하지 않았다. 다만 국무부가 뉴욕 고위급 회담 일정을 공식 발표한 지 하루 만에 회담이 연기된 만큼 북한의 통보에 따른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이번 회담 연기는 미국의 중간선거와 미중 대화 일정도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미국과 중국은 9일 폼페이오 장관과 양제츠 외교담당 정치국원, 제임스 매티스 국방장관과 웨이펑허 국방부장의 2+2 외교안보 대화를 가질 예정이다. 이런 상황에서 김영철이 5월 첫 미국 방문 때처럼 이번에도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과의 면담을 요구했지만 미국이 중국과의 일정 때문에 확답을 못 주자 고위급 회담을 미뤘다는 것.

북-미 고위급 회담 연기 사실이 공개된 것은 8월에 이어 두 번째. 폼페이오 장관이 7월 3차 방북 당시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을 만나지 못하고 돌아온 뒤 트럼프 대통령은 8월 “비핵화 진전이 충분하지 않다”며 4차 방북을 무기한 연기시킨 바 있다. 북한이 미국을 상대로 석 달 만에 ‘되치기’에 나선 셈이다.

하지만 외교 당국은 국무부 성명이 비교적 차분한 어조라는 점에 주목하고 있다. 정부 고위 당국자는 “대화의 일방이 무너뜨린 것이라고 하긴 어렵다. 멀고 먼 길을 가는 과정에서 있을 수 있는 일”이라고 말했다. 북한이 무례한 방식으로 고위급 회담에 어깃장을 놓은 게 아니라는 취지다. 이에 따라 북-미 고위급 회담이 조만간 재개될 것이라는 기대가 있다. 나워트 대변인이 성명에서 “미국은 트럼프 대통령과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싱가포르 정상회담에서 합의한 약속을 이행하는 데 지속적으로 초점을 맞출 것”이라고 밝힌 것도 이런 관측에 무게가 실린다는 분석이다.

○ 돌파구 못 찾는 북-미 대화, 모멘텀 상실 우려

이유가 어찌됐든 뉴욕 고위급 회담 연기는 북-미 대화가 좀처럼 실마리를 풀지 못하고 있다는 점을 재확인했다. 결국 북한에 핵시설 사찰과 검증을 위한 구체적인 일정을 요구하고 있는 미국과 제재 완화를 주장하는 북한이 아직 절충점을 찾지 못했을 가능성이 크다는 것이다. 신범철 아산정책연구원 안보통일센터장은 “폼페이오 장관이 강조했던 게 검증인데 북한이 받아들일 준비가 덜 됐다”며 “제재 해제라든지 연락사무소 개설, 종전선언 등 미국이 쉽게 입장을 바꾸지 않을 것 같아 만나봤자 소용없다고 판단했을 수 있다”고 분석했다.

특히 일각에선 북-미가 조기에 돌파구를 찾지 못하면 비핵화 협상의 동력 자체가 훼손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북한은 대북제재 완화를 요구하면서 ‘핵·경제 병진노선 부활’ 가능성을 언급하며 핵 개발 재개를 위협하는 상황이다. 외교 소식통은 “북-미가 조기에 비핵화와 상응 조치를 맞바꾸는 문제에서 진전을 이루지 못하면 한반도 정세가 빠르게 악화될 가능성이 있다”고 우려했다.

문병기 weappon@donga.com·신나리 기자 / 베이징=권오혁 특파원
#북미회담#비핵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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