케플러 우주망원경, 명예롭게 은퇴해 영원히 태양계에 묻히다

  • 동아일보
  • 입력 2018년 10월 31일 16시 02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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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ASA가 자랑해 온 ‘저비용 고효율’ 우주망원경
최초 기대수명 3년 훌쩍 넘기며 놀라운 업적 남겨
개발자 “우주에 대한 인류의 시각을 확장시켰다” 애도

사진=nasa.gov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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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항공우주국(NASA)의 ‘지구형 행성’ 탐사용 우주망원경 케플러가 궤도에 오른 지 9년 8개월여 만에 작동 연료가 다해 은퇴하게 됐다.

미 일간 뉴욕타임스는 30일(현지 시간) “NASA가 자랑해온 ‘행성 사냥꾼’ 케플러가 항성 53만506개와 행성 2662개, 초신성 61개를 새로 발견한 기록을 남기고 작동을 멈춘 채 영원히 태양계를 떠돌게 됐다”고 전했다.

사진=nasa.gov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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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ASA는 이날 부고 형식으로 배포한 보도자료를 통해 “케플러 우주망원경이 그동안 수행한 놀라운 임무에 모든 우주비행사들이 엄숙히 경의를 표했다”며 “케플러는 우주비행사들의 삶, 인류가 우주에 거는 가능성, 우주를 바라보는 시야를 크게 변화시켰다”고 밝혔다.

독일 천문학자 요하네스 케플러(1571~1630)의 이름을 따온 ‘케플러 계획’은 지구가 아닌 외계 행성이 항성 주변을 공전하며 그 빛을 가려 밝기를 변화시키는 현상을 감지할 목적으로 2009년 시작됐다.

프로젝트 비용은 다른 연구 계획에 비해 상대적으로 낮은 수준이었던 6억 달러(약 6800억 원). 3년 반 동안 항성 10만 개와 그 주변을 관측할 목표로 그해 3월 우주로 쏘아 올려졌다. 처음에 기대했던 작동 기간과 관찰 대상 규모를 훌쩍 뛰어넘은 성과를 내고 은퇴에 이르게 된 것이다.

사진=nasa.gov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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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년 5월 방향제어장치에 이상이 발견돼 목표했던 관찰 임무를 수행하기 어려울 것으로 우려됐지만, 작동 가능한 장치를 활용할 수 있도록 NASA가 탐사 계획을 수정해 활동을 이어나갈 수 있었다. 우주로 갖고 나간 연료는 12L뿐이었지만 상황에 따라 반복적으로 동력을 껐다가 다시 켜는 방식으로 잠재 능력을 최대한 뽑아낸 것이다. 가솔린 승용차의 연료탱크 용량이 보통 60L 정도다.

2015년까지 케플러 계획을 주도했던 캘리포니아주 마운틴뷰 NASA 아메스 연구소 소속 물리학자 윌리엄 버루키는 NYT와의 인터뷰에서 “케플러는 우주 개발의 새로운 영역을 열어보였다”며 “우리 은하계에 생각보다 훨씬 더 많은 행성과 항성이 존재하고 있음을 확인하게 됐다”고 말했다.

현재는 NASA가 4월 쏘아올린 신형 우주실험실 ‘테스(TESS·이동식 외계행성 연구위성)’에 탑재한 우주망원경이 케플러 우주망원경의 뒤를 이어 미지의 생명체가 존재할 가능성이 있는 행성들을 탐색하고 있다.

손택균기자 soh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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