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5일 호주 ABC뉴스 등에 따르면, 전날 캔버라 디킨 스타디움에서 진행된 벨코넨 유나이티드 블루 데빌스와 캔버라 FC의 호주 여자내셔널프리미어리그(WNPL) 경기 도중 동부회색캥거루가 한 마리가 나타났다.
캥거루는 이날 전반전이 진행될 무렵 관중석에 나타났고, 하프타임이 되자 펜스를 훌쩍 뛰어넘어 피치로 뛰어들었다.
넓은 잔디 운동장을 제집 앞마당인 양 뛰어다니던 캥거루는 한쪽 골대 앞에 엎드려 잠시 휴식을 취했다. 구장 관계자들이 운동장 밖으로 유도하기 위해 공을 차자 뒷발로 맞받아 차는 등 진짜 ‘사커루’(Soccer-roo·축구와 캥거루를 합친 호주 축구 대표팀 별칭)의 모습을 보여준 뒤 피치를 떠났다.
하지만 후반전이 시작되자 캥거루는 또 한번 펜스를 넘어 피치로 들어왔다. 이를 본 선수들을 기겁하며 줄행랑쳤고, 캥거루는 그런 선수들 사이를 여유롭게 누볐다.
캥거루는 관계자들이 몰고 온 밴 차량에 의해 구석으로 몰리자 그라운드 밖으로 떠났다. 이 소동으로 인해 경기는 약 30분가량 지연되기도 했다.
경기 해설자 러스 깁스는 “15년 동안 캔버라에서 축구 경기를 해설하면서 처음 보는 장면이다. 캔버라에서 캥거루를 보는 건 어려운 일이 아니지만 축구 경기장에 난입하는 모습을 보는 건 드문 일”이라며 놀라워했다.
그러면서 “캥거루는 전반전을 지켜보다가 하프타임이 되자 경기에 참가해야겠다고 마음먹은 것 같다”며 “주차장에서 잠시 시간을 보낸 뒤 자신감을 갖고 후반전에 다시 나타났다”고 설명했다.
이어 “드리블을 하는 모습이 매우 행복해보였고 훌륭한 수준의 패스를 선보였다”고 칭찬했다.
한편, 캥거루의 응원에도 불구하고 이날 경기에서 홈팀 캔버라 FC는 벨코넨 유나이티드에게 0-2로 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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