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빠 카드’ 슬쩍해 1억 날린 도박 중독 15세 소년…“괴물이 나를 불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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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8년 6월 5일 15시 41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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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미러
사진=미러
아버지의 신용카드로 도박 사이트에서 약 1억1400만 원을 탕진한 15세 소년의 사연이 알려졌다.

영국 미러 등 현지 매체는 2일(현지 시간) 영국 북서부 랭커셔 주에 살고 있는 한 소년이 도박 중독으로 8만 파운드(약 1억 1400만 원)를 잃었다고 보도했다.

보도에 따르면 소년은 약 1년 전 축구경기장 전광판에서 인터넷 도박 사이트 광고를 본 이후부터 도박에 관심을 가지기 시작했다.

광고에 혹한 소년은 아버지의 신용카드 정보와 신상정보를 이용해 한 도박 사이트의 계정을 만들었다.

계정을 만든 지 며칠 되지 않아 소년은 돈을 벌기 시작했다. 처음엔 5~10파운드(약 7000~1만5000원) 가량의 소액을 배팅하던 소년은 이후 금액을 점점 늘려갔고, 한번에 3000파운드(약 427만원)을 배팅하는 대범함을 보이기도 했다.

이후 6개월간 소년의 은밀한 배팅은 계속됐다. 소년은 하루에 1000파운드(약 142만원)씩 꾸준히 배팅하며, 매일 6시간을 도박 사이트에 투자하는 등 도박에 중독됐다.

그러나 은행으로부터 최근 거래 내역이 이상하다는 문의 전화를 받은 소년의 아버지가 카드 내역을 확인했고, 결국 소년은 아버지에게 해당 사실을 고백했다.

그때까지만 하더라도 소년의 누적 손실액은 약 2만 파운드(약 2800만 원)였고, 소년은 발각 이후 도박 중독을 치료하기 위해 심리 치료를 받기도 했다.

소년의 아버지는 아들이 이를 통해 교훈을 얻었다고 생각했지만, 도박에 빠진 아들을 고치는 것은 쉽지 않았다.

소년은 5개월 후 같은 방법으로 또 다시 도박을 했고, 일주일 만에 무려 6만 파운드(약 8500만 원)를 잃었다.

보도에 따르면 총 8만 파운드(1억1400만 원)를 날린 아들로 인해 부모는 대출을 받아야만 했고, 회사를 운영 중인 소년의 아버지는 몇 명의 직원들을 정리해고 해야만 했다.

소년의 아버지는 “아들에게 단지 화가 났을 뿐만 아니라, 순진하게 아들을 믿은 나에게도 화가 났다”며 “아내와 내가 각자의 일에 너무 몰두해서 아들에게 신경을 쓰지 못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도 “우리가 모든 것을 잃지 않아 다행이다”라며 곧 아들이 진 빚을 갚을 것이라고 전했다.

소년은 “머릿 속에서 괴물이 나에게 돌아오라고 부르는 것 같았다”며 심경을 밝혔다.

그는 “저는 도박이 흡연이나 음주처럼 중독될 수 있다는 것을 몰랐다”며 “너무 쉬웠다. 아버지의 이름, 주소, 생년월일, 카드 정보만 입력하고 18세 이상이라고 체크하기만 했더니 가입이 됐다. 도박을 시작하기까지 몇 초밖에 걸리지 않았다”고 말했다.

소년은 처음 광고를 접했던 때를 언급하며 “광고를 보고 있는데, 주위에서 자기들이 얼마나 많은 돈을 벌었는지 자랑하는 걸 들었다”며 “아버지의 사업이 잘 되고 있는 걸 알았고, 그래서 아버지가 계좌에서 돈이 빠져나가는 사실을 알아차릴 가능성이 낮을 것이라 생각했다”고 고백했다.

그는 “처음에 적은 돈으로 배팅해서 돈을 벌었다. 더 큰 돈을 걸지 않은 것을 후회하면서 점점 배팅하는 액수가 커졌다”며 “잃은 돈을 되찾는 유일한 방법은 더 많이 배팅하는 것이라고 생각했다”고 털어놨다.

한편 미러에 따르면 영국 정치인들은 점점 더 많은 도박 광고들이 10대를 겨냥하고 있다고 주장하며, 정부에 도박 사이트 광고 규제를 요구하고 있다.

김혜란 동아닷컴 기자 lastleast@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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