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日, 만나자마자 ‘남중국해 으르렁’

  • 동아일보
  • 입력 2017년 5월 31일 03시 00분


북핵 공조 위해 日서 고위급 회담
양제츠, 미-일 연합 군사훈련 겨냥 “남중국해, 말-행동 신중하라” 경고
야치 “中, 더 큰 역할해줘야” 요구… 6월 亞안보회의 앞두고 기싸움

북한의 핵·미사일 도발에 공동 대응하기 위해 고위급 회담을 가진 중국과 일본 당국자들이 만나자마자 남중국해 문제로 팽팽한 신경전부터 벌였다. 다음 달 2일 싱가포르에서 열리는 16차 아시아안보회의(샹그릴라 대화)를 앞두고 미국, 중국, 일본이 북핵 대응을 위한 협력을 모색하면서도 남중국해 문제에서는 기 싸움을 벌이는 형국이다. 중일의 엇박자에 북핵 공조에 금이 가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온다.

중국 양제츠(楊潔지) 외교담당 국무위원은 29일 일본 온천 지대인 가나가와(神奈川) 현 하코네(箱根)의 호텔에서 야치 쇼타로(谷內正太郞) 국가안전보장국장을 만나 “일본은 남중국해에 대한 말과 행동을 신중히 하라”고 경고했다. 이어 “아시아 지역의 두 주요국인 양국의 협력이 매우 중요하다. 서로에게 위협이 되지 않아야 한다”고 강조했다고 중국 관영통신 신원왕(新聞網)이 전했다.

회담을 앞두고 26, 27일 남중국해에서 실시된 미일 군사훈련이 시비의 발단. ‘헬기 항모’로도 불리는 일본의 최대 호위함 이즈모와 호위함 사자나미가 미 듀이함과 연합 군사훈련을 벌였다고 30일 홍콩 밍(明)보가 보도했다. 듀이함은 27일 남중국해 스프래틀리 제도(중국명 난사·南沙 군도)의 인공섬 미스치프 암초(중국명 메이지자오·美濟礁) 12해리(약 22.2km) 이내 해역을 지나며 ‘항행의 자유’ 작전을 벌였다.

중국 해군은 미사일 호위함 류저우(柳州)와 루저우(瀘州)를 급파해 대응했다. 중국은 일본 군함의 항행의 자유는 ‘허용 한계를 넘는 것으로 군사 수단 사용도 불사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일 호위함은 12해리 이내로 들어가지는 않았다. 이달 7∼10일에도 유사한 미일 간 연합훈련이 있었다. 밍보는 샹그릴라 회의를 앞두고 미 군함의 항행의 자유와 미일 연합훈련이 벌어진 것에 주목하며 이번 회의에서 미국이 ‘새 아시아 전략’을 내놓을 수도 있다고 전망했다.

한편 양 국무위원과 야치 국장 등은 만찬을 포함해 5시간 동안 마라톤회담을 하면서 북핵 문제를 최대 현안으로 다뤘다고 일본과 홍콩 언론이 전했다. 아베 신조(安倍晋三) 총리의 외교책사로 불리는 야치 국장은 북한 핵·미사일 문제를 거론하며 “중국이 한층 더 역할을 해줄 것을 요구한다”고 말했다. 양 국무위원은 “우리는 평화적 외교를 통한 정치 해결을 단호하게 주장하고 있다”고 맞받아쳤다.

야치 국장은 또 양 국무위원과 중일 및 한중일 정상회의의 조기 실현을 논의했다. 마이니치신문은 “일본은 지난해 연기된 한중일 정상회의를 도쿄(東京)에서 7월 무렵에 개최하고 싶다는 의향”이라고 전했다. 양 위원은 30일에는 기시다 후미오(岸田文雄) 일본 외상을 만나 대북 공조 방안을 협의했다.

베이징=구자룡 bonhong@donga.com / 도쿄=장원재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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