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2년 邪敎통치’ 감비아 대통령, 대선 패배 불복

  • 동아일보
  • 입력 2016년 12월 12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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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복선언 1주일만에 “재선거 해야”… 안보리 “평화적 정권이양” 촉구

 인구 190만 명의 서아프리카 소국 감비아를 22년 동안 통치해 온 야히아 자메 대통령(51·사진)이 대선 패배 이후 1주일 만에 승복 선언을 뒤집어 국제사회의 거센 비난을 받고 있다.

 10일 AFP통신에 따르면 유엔 안전보장이사회는 이날 자메 대통령의 대선 불복 선언을 규탄하고 평화적 정권 이양을 촉구하는 성명을 만장일치로 채택했다. 안보리는 성명에서 “자메 대통령은 국민의 선택을 존중해야 한다”며 “아무 조건 없이 아다마 바로우 대통령 당선인에게 권력을 넘겨야 한다”고 밝혔다.

 자메는 1일 대선에서 야권 단일후보인 바로우에게 패배하자 다음 날 결과를 승복했다. 하지만 9일 방송에 출연해 “투표에서 일부 부정이 있었다. 재선거를 해야 한다”며 불복 의사를 밝혔다. 이에 대해 바로우 당선인은 “물러나는 대통령에겐 대선 결과를 부인하고 재선거를 지시할 수 있는 헌법적 권한이 없다”고 비난했다.

 1994년 육군 중위이던 자메는 초급 장교들과 군사쿠데타를 일으켜 1965년 2월 독립 이후 30년 가까이 감비아를 다스려온 다우다 자와라 초대 대통령을 몰아냈다. 자메는 2년 동안 군정을 실시한 뒤 1996년 대선에서 부패 척결을 내세워 대통령에 당선됐다. 2001년 연임에 성공했고 이듬해 대통령의 연임에 제한이 없도록 헌법을 뜯어고쳤다. 2006년, 2011년 대선에서도 내리 당선돼 22년 이상 권좌를 지켰다.

 자메는 미신, 신비주의로 국가를 통치했다. 특유의 풍성한 흰색 옷을 입고 이슬람 경전인 꾸란을 손에서 놓지 않는 모습으로 공개석상에 등장하며, 자신이 비밀스러운 힘을 지녔다는 소문을 퍼뜨렸다. 그는 2007년 “화요일엔 에이즈, 금요일엔 천식을 치료하는 능력을 가졌다”고 주장해 치료를 받으려는 사람들이 대통령궁에 몰리기도 했다. 그러나 자메는 야당 인사, 언론인 등 정권에 반기를 드는 인사들에겐 “아홉 자 깊이의 구덩이에 파묻어 버릴 것”이라고 위협하는 등 인권과 언론 탄압을 서슴지 않았다. 올해 10월에는 국제형사재판소(ICC) 탈퇴를 발표하기도 했다.

이유종 기자 pen@donga.com
#감비아#대통령#대선#패배#불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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