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력공백’ 우즈베크, 대선 등 정국 안갯속

  • 동아일보

카리모프, 고향 사마르칸트에 묻혀… 총리-제1부총리 후계구도 2파전

중앙아시아에서 인구가 가장 많은 우즈베키스탄(2900만 명)이 권력 공백 상태에 빠졌다. 1991년 소비에트 연방 붕괴 이후 25년간 우즈베크를 철권 통치해온 이슬람 카리모프 대통령의 갑작스러운 별세 때문이다. 우즈베크 정부는 지난달 27일 뇌출혈로 쓰러진 카리모프의 서거를 공식 발표한 3일 그의 시신을 수도 타슈켄트에서 고향인 동부 도시 사마르칸트로 이송해 우즈베크 민족영웅 묘역인 샤히 진다 묘지에 매장했다.

이례적으로 신속한 장례 절차에는 ‘카리모프 이후’에 대한 우려가 짙게 깔려 있다. 지난해 우즈베크의 4번째 대통령에 당선되며 종신 대통령을 꿈꿨던 카리모프는 후계 구도를 마련하지 않은 채 급서했다. 한때 후계자로 거명됐던 그의 맏딸 굴나라 카리모바(44)는 부정부패 혐의로 2014년 말부터 가택 연금 상태에 놓여 있다.

우즈베크 헌법에 따라 니그마틸라 율다셰프 상원의장(53)이 대통령 권한대행을 맡아 3개월 안에 대선을 치러야 한다. 유력 후보는 샵카트 미르지요예프 총리(59)와 루스탐 아지모프 제1부총리(57)다. 이번 국장의 장례위원장을 맡은 미르지요예프 총리는 2003년부터 13년간 2인자 자리를 지켜온 행정의 달인으로 카리모프와 같은 사마르칸트 지역을 대표하는 정치인이다.

아지모프 부총리는 2005년부터 10년 이상 제1부총리를 맡으며 연 7∼8%의 경제성장을 주도했다. 유명 물리학자인 사디크 아지모프의 아들로 타슈켄트 지역 정치 세력의 구심점이다. 러시아보다 서방과 더 가깝다는 게 약점이다.

카리모프 철권통치의 든든한 뒷받침이 됐던 루스탐 이노야토프 국가보안국장(72)이 캐스팅 보트를 쥐고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노령이라 전면에 나서는 대신 배후에서 ‘킹메이커’ 역할을 할 가능성이 크다는 것이다. 카리모프의 통치 아래서 우즈베크 의회 내 야당 세력은 씨가 마른 상태다. 하지만 내부 권력 투쟁이 발생할 경우 다민족국가인 우즈베크 내 종족분쟁 내지 이슬람 과격세력의 준동을 배제할 순 없다.

권재현 기자 confetti@donga.com
#우즈베크#카리모프 대통령#별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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