伊지진 희생자를 ‘파스타’로 묘사… 또 엇나간 ‘샤를리 에브도’

  • 동아일보

伊국민들 “혐오스러운 짓” 분노… 샤를리, 논란에도 또 만평 올려

프랑스 풍자 주간지 샤를리 에브도가 이탈리아의 지진 희생자들을 파스타 요리로 그린 만평을 내놓아 논란을 빚고 있다.

샤를리 에브도는 2일 발간된 잡지에서 ‘이탈리아식 지진’(사진)이라는 제목으로 지진 희생자들을 3종류의 이탈리아 파스타에 비유한 만평을 게재했다. 속옷만 입은 채 머리와 팔에 붕대를 감고 피를 흘리는 남성은 ‘토마토소스 펜네’, 머리가 헝클어지고 옷에 피가 묻은 여성은 ‘펜네 그라티네’, 그리고 시신들이 켜켜이 들어간 그림은 ‘라사냐’이다. 펜네는 펜촉 모양의 원통형으로 된 파스타이고, 그라티네는 치즈나 빵가루를 뿌린다. 라사냐는 얇고 넓적한 밀가루 반죽 사이에 토마토소스와 잘게 간 고기를 넣은 요리다. 만평에는 “이탈리아 지진으로 약 300명이 죽었다. 지진이 ‘알라후 아크바르’(‘신은 위대하다’는 뜻의 아랍어)라고 외쳤는지는 알려지지 않았다”는 설명도 곁들였다.

지난달 24일 발생한 지진으로 온 국민이 슬픔에 잠겨 있는 이탈리아는 경악했다. 안드레아 올란도 법무장관은 “혐오감을 느낀다. (샤를리 에브도는) 미디어의 관심을 끌기 위해 자꾸 스캔들을 일으키고 있다”고 비난했다. 가장 큰 희생자가 나온 중부 아마트리체의 세르조 피로치 시장은 “불쾌하고 당황스럽다. 재난이나 사망자를 풍자의 소재로 삼을 수는 없는 법”이라고 비판했다. 주요 일간지 코리에레 델라 세라는 “오늘, 샤를리는 아무도 없다”는 비판 기사를 실었다. 이탈리아인들은 지난해 1월 샤를리 에브도가 이슬람 극단주의자들에게 테러를 당했을 때 ‘내가 샤를리다’라는 글을 게시하며 연대감을 보였다. 당시 이 주간지는 이슬람교 창시자인 무함마드 풍자 만평을 게재했다가 테러 공격을 받아 기자와 만평가 등 직원 9명을 잃었다.

샤를리 에브도는 온라인에 또 다른 지진 만평을 올려 논란에 기름을 부었다. 지진 현장의 잔해에서 빠져나오지 못하고 만신창이가 된 남성이 “이탈리아인들이여, 당신들의 집을 지은 건 샤를리 에브도가 아니라 마피아야!”라고 외치는 내용이다. 이탈리아 건설업에 마피아가 개입해 내진 설계용 예산을 빼돌렸다는 것을 비꼰 것이다.

샤를리 에브도는 예전에도 종교뿐만 아니라 각종 재난 상황을 만평에 활용해 “‘표현의 자유’를 넘어섰다”는 비난에 휩싸였다. 올 1월에는 지중해에서 익사한 세 살배기 알란 쿠르디가 죽지 않고 성장했다면 성추행범이 됐을 것이라는 내용의 만평으로 물의를 빚었다.

파리=동정민 특파원 ditt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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