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소속 출마 접고 ‘트럼프 저격수’로

  • 동아일보
  • 입력 2016년 7월 26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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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민주당 전당대회 ‘힐러리 지지’ 연사로 나서는 2人
‘한때 공화당’ 블룸버그 前뉴욕시장, 온건성향 공화 지지자에 영향 줄듯

한때 무소속 후보로 대선 출마를 검토했던 마이클 블룸버그 전 뉴욕 시장(74·사진)이 25∼28일 필라델피아에서 열리는 민주당 전당대회에서 힐러리 클린턴 전 국무장관(69)을 공개적으로 지지하는 연설을 할 예정이라고 뉴욕타임스(NYT)가 24일 보도했다.

2002∼2013년 3선 뉴욕 시장(1, 2기는 공화당 후보로, 3기는 무소속 후보로 당선)을 지낸 블룸버그는 공화당 소속이던 2004년 뉴욕에서 열린 전당대회에 참석한 적이 있지만 대선 후보 지지 연설은 이번이 처음이다. 블룸버그는 버락 오바마 대통령, 조 바이든 부통령의 연설이 예정된 27일 연단에 오른다.

블룸버그는 3월 “무소속 ‘제3의 후보’로 대선에 나서려 했으나 민주당, 공화당, 무소속(블룸버그 자신) 3자 대결 구도가 되면 도널드 트럼프 같은 분열적이고 선동적인 공화당 후보가 어부지리로 당선될 가능성이 크다. 그래서 불출마하겠다”고 밝혔다.

이번 연설도 클린턴에 대한 적극적 지지보다는 ‘트럼프가 대통령이 되는 것은 막아야 한다’는 의지가 많이 반영된 것으로 보인다. 성공한 경영인(블룸버그통신 회장)이자 무소속 정치인인 블룸버그는 트럼프에 대한 회의감을 떨치지 못하는 온건 성향의 공화당 유권자와 기업인들의 마음을 클린턴에게로 돌리는 데 작지 않은 영향을 끼칠 것으로 전망된다.

블룸버그는 트럼프 공약 중 무슬림의 미국 입국 금지, 1100만 불법 체류자 즉각 추방, 중국과의 무역전쟁 불사 등에 큰 거부감을 보였다. 블룸버그는 트럼프의 이런 주장들이 미국의 국익에 전혀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점을 연설을 통해 밝힐 것이라고 참모들은 전했다.

블룸버그가 대선에 본격적으로 동참하면서 전임자인 루돌프 줄리아니 전 뉴욕 시장(72)과의 충돌이 불가피할 것이라고 언론들은 내다봤다. 트럼프 지지자인 줄리아니는 공화당 전당대회에서 뉴욕 시장으로서 겪은 2001년 9·11테러 등을 언급하며 “미국민이 현재 겪는 테러에 대한 공포에 대처할 수 있는 정치인은 트럼프뿐”이라고 역설해 큰 박수를 받았다.

블룸버그와 줄리아니는 젊은 시절 모두 민주당원이었다. 블룸버그는 뉴욕 시장 선거에 나서기 위해 공화당 소속이 됐다가 현재는 무소속이다. 줄리아니는 한때 무소속이었다가 정치를 본격화한 뒤로는 줄곧 공화당원이다.

뉴욕=부형권 특파원 bookum90@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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