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한미FTA로 일자리 10만개 사라져…기존 무역협정 재협상”

  • 동아일보
  • 입력 2016년 6월 29일 15시 02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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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국의 브렉시트(유럽연합·EU 탈퇴) 후 ‘미국 판 브렉시트 바람’을 기대하고 있는 공화당의 사실상 대선 후보인 도널드 트럼프(70)가 보호무역주의 강화를 기치로 하는 무역정책 노선을 발표했다. 보호무역은 트럼프가 올해 내내 주장해 온 것으로 새로운 내용은 없지만, 브렉시트 이슈에 기대 백인 노동자층 등 지지층 결집으로 지지율 하락세를 반전시키겠다는 것이다.

트럼프는 28일(현지 시간) 미 펜실베이니아 주 모네센의 한 공장에서 유세를 갖고 “영국이 (브렉시트로) 자신들의 경제를 되찾아온 것처럼 이제 미국이 우리의 미래를 되찾을 차례”라며 한미 자유무역협정(FTA)과 북미자유무역협정(NAFTA) 등 민주당 행정부가 주도한 무역정책을 바로잡기 위한 7대 조치를 취하겠다고 밝혔다. 모네센은 미국의 전형적인 낙후된 철강 도시로 대표적인 ‘러스트 벨트(낙후된 중서부 공업지대)’에 속한다. 트럼프는 단상 뒤편에 구겨진 알루미늄 캔 더미를 쌓아놓는 등 노동자들과 눈높이를 맞추려 애쓴 흔적이 역력했다.

트럼프는 우선 한미 FTA와 관련해 “2012년 힐러리 클린턴이 국무장관 시절 한미 FTA를 밀어붙였다”고 강조한 뒤 “그 여파로 대(對) 한국 무역적자가 두 배로 늘었고 미국 내 일자리도 10만 개나 사라졌다”고 주장했다. “힐러리가 집권하면 미국 노동자들을 다시 배신할 것”이라고도 했다.

버락 오바마 행정부가 ‘아시아 재균형 정책’ 차원에서 추진하고 있는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TPP)에 대해서는 “이 협정은 (미국인들의 일자리를 뺏는 등) 미국을 강간하고 있다”며 “집권하면 미국 노동자들을 위해 싸울 가장 강력하고 현명한 무역 협상가를 임명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북미자유무역협정(NAFTA) 상대국과도 즉각 재협상에 나서고 미국 노동자들에게 해를 끼치는 각종 무역협정 위반 사항들을 상무장관이 확인하도록 조치하고 덧붙였다.

이와 함께 트럼프는 보호무역정책의 핵심 타겟으로 중국을 정조준하겠다고 재확인했다. 그는 중국을 환율 조작국으로 지정하고 중국처럼 대미 무역에서 이득을 취하기 위해 자국 통화 가치를 하락시키는 나라에 대해서는 단호히 대응하겠다고 강조했다. 이를 위해 △중국의 불법적인 보조금 지원 행위에 대해서는 미국 법정과 세계무역기구(WTO)에 제소하고 △중국이 미국의 무역 비밀을 훔치는 등 불법 활동을 중단하지 않는다면 대통령에게 주어진 모든 법적 권한을 사용하겠다고 경고했다.

트럼프는 “우리 정치인들이 세계화 정책을 밀어붙여 일자리와 공장을 멕시코 등 국외로 옮겨 버렸다”며 “이런 세계화는 월가 은행 등 정치인에게 기부하는 금융 엘리트들을 만들어 냈고 클린턴은 그런 엘리트들의 경제적 지원을 받고 있다”고 공격했다.

하지만 이날 트럼프의 무역정책에 대해 민주당은 물론 전통적인 공화당 지지 세력인 경제 단체들은 시큰둥한 반응을 보였다. 대표적인 경제 단체인 미 상공회의소는 이날 트위터에 “말을 바로 잡아야겠다. (트럼프의 주장과 달리) 북미자유무역협정은 미국에 재앙이 아니었다”고 꼬집었다.

워싱턴=이승헌 특파원ddr@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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