힐러리 옆에 선 美 민주당 상원의원 워런, 트럼프를 저격하다

  • 동아일보
  • 입력 2016년 6월 29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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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합주 ‘오하이오’서 첫 합동유세
“트럼프, 그릇 작고 겁많은 수전노… 자기만을 위해 美 망쳐놓을 인간”
힐러리도 “이기적 사업가” 포문… 유세장에 ‘걸 파워’ 플래카드
트럼프 “워런은 사기꾼” 반격

여성 폄훼 발언을 일삼아온 미국 공화당의 도널드 트럼프(70)에 맞설 막강한 여성 듀오가 떴다. 민주당 힐러리 클린턴 전 국무장관(69)과 ‘트럼프 저격 최고책임자(Trump slayer-in-chief)’로 불리는 엘리자베스 워런 상원의원(67·매사추세츠)이 27일 대표적 경합주인 오하이오 주 신시내티 뮤지엄센터에서 첫 합동 유세에 나섰다.

두 사람은 민주당과 클린턴캠프를 상징하는 파란색 계열의 재킷을 맞춰 입었다. 슬로건도 ‘함께 더 강하게(Stronger together)’였다. 지지자 2600여 명으로 꽉 찬 행사장 곳곳엔 ‘여자 권력(Girl Power)’ 플래카드가 눈에 들어왔다. 월스트리트저널은 “클린턴 대선 후보-워런 부통령 후보의 유세 예행연습을 보는 듯했다”고 보도했다. 민주당의 부통령 후보는 아직 정해지지 않았다.

워런이 15분짜리 강렬한 연설로 트럼프를 향해 포문을 열었다.

“트럼프의 대선 구호인 ‘미국을 다시 위대하게’는 정말 얼간이(goofy) 같은 얘기다. 그에게 묻고 싶다. 구체적으로 누굴 위한 것인가. 교육비 때문에 어려움을 겪는 수백만 명의 아이들인가. 사회보장에 의존해 근근이 살아가는 수백만 명의 노인인가. 아니면 스코틀랜드로 날아가 골프를 칠 수 없는 가정들을 위해서인가.”

트럼프는 워런을 ‘말만 많은 얼간이’라고 공격해 왔는데 워런이 같은 표현으로 받아친 것이다. 워런은 “결국 트럼프가 만들겠다는 위대한 미국은 자기 같은 부자들만을 위한 것”이라고 트럼프를 비난했다.

워런과 클린턴은 트럼프가 영국의 유럽연합(EU) 탈퇴(브렉시트) 결정 직후인 24일 스코틀랜드의 트럼프 턴베리 골프장에서 “파운드 가치가 떨어지면 솔직히 더 많은 사람이 여행 등으로 턴베리로 올 것이다. 이는 매우 긍정적”이라고 한 발언을 집중 공격했다.

워런은 “그 발언이 트럼프가 어떤 인간인지를 보여준다. 그릇은 작고 겁은 많은 수전노이자 오직 자기만을 위해 싸우는 사람이다. 원하는 것을 얻기 위해서라면 국민 여러분도 망쳐놓을 인간이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클린턴도 “미국인들은 브렉시트 때문에 하루 만에 퇴직연금에서 1000억 달러가 날아가 버렸는데도 트럼프는 (브렉시트로) 자기 골프장이 더 많은 수익을 얻게 됐다고 자랑했다. 그는 글로벌 경제의 시련조차 (자기 회사를 위한) 광고로 활용하는 인간”이라고 비판했다. 또 “트럼프의 비즈니스가 미국 노동자들에게 어떤 혜택을 줬는지 알 수 없다. 그는 이기적인 사업가에 불과하다”며 “그가 입은 양복, 집에 있는 가구, 사무실 기물 등 어느 하나 미국산인 게 없다. 전부 외국산 수입 제품이다”라는 자극적인 공격도 서슴지 않았다.

이날 워런은 본인 연설 도중 클린턴에 대한 청중의 박수와 환호를 1분 넘게 유도했고, 이에 클린턴은 “고마워요”를 연발했다. 이어 “워런이 상원의원이 된 뒤 의회 중계 전문채널 ‘C-SPAN’이 최고의 TV채널이 됐다고 한다. 워런이 대형은행 임원 등을 압박하는 모습을 볼 때마다 그가 미국의 일반 대중을 대변하고 있음을 기억해 달라”라는 칭찬으로 화답했다.

트럼프는 이 합동 유세 몇 시간 뒤 NBC방송에 나와 “워런은 완전 사기꾼이자 인종차별주의자이다. 그는 자신의 정치 경력에 도움이 되도록 아메리칸 원주민 혈통이라고 주장했다. 하지만 그걸 입증할 수는 없다”고 반격했다.

뉴욕=부형권 특파원 bookum90@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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