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일대 진학 여고생, 졸업식 대표 연설서 불법체류자 고백 ‘시끌’

  • 동아일보
  • 입력 2016년 6월 12일 20시 39분


미국 예일대 의대에 전액 학자금 보조를 받고 입학하는 멕시코 출신 여고생이 고교 졸업식에서 졸업생 대표로 연설하며 자신이 불법 체류자라고 공개했다. 텍사스 주 오스틴의 다른 고교 졸업식에서도 졸업생 대표로 연설한 모범생이 불법 체류자라고 밝혀 미국 사회에서 논란이 일고 있다.

11일 뉴욕타임스에 따르면 예일대 의대에 합격한 라리사 마르티네스는 10일 텍사스 주 댈러스 인근 맥키니의 한 맥키니보이드 고교 졸업식 연설에서 “나는 미국 사회에서 그림자 속에 살아가는 1100만 불법 체류자 중 한 명”이라고 고백했다. 그는 2010년 학대를 일삼는 알코올 중독자 아버지를 피해 어머니와 관광 비자로 미국에 온 뒤 7년째 시민권을 발급받지 못한 채 불법 체류자 신분으로 미국에 살고 있다.

마르티네스는 “불법 체류자건 아니건 그들은 모두 꿈과 포부를 갖고 누군가를 사랑하는 나 같은 사람”이라며 “증오와 편견의 장벽 없이도 미국은 다시 위대해질 수 있다”고 말했다. 트럼프의 대선 구호인 ‘미국을 다시 위대하게’를 빗대 트럼프의 반(反)이민 정책에 일침을 가한 것이다. 하지만 그가 자신의 불법 체류 신분을 밝힌 만큼 이민국에서 조사해 국외로 강제 추방할 수도 있다.

같은 날 데이비드 크로켓 고교 졸업식에서 졸업생대표 연설을 한 히스패닉 계 마이테 라라 이바라도 식이 끝난 후 트위터에서 불법 체류자라는 사실을 공개했다. 그는 “나는 졸업생대표, 평균학점 4.5점, 텍사스대 장학금, 13개의 메달, 훌륭한 두 다리를 갖고 있다. 아, 그리고 불법 체류자다”라고 적었다. 그가 다니던 학교는 학생의 58%가 히스패닉이다. 그가 미국에 어떻게 오게 됐는지는 알려지지 않았다.

두 여고생의 고백에 미국 여론은 엇갈린다. 이바라의 동창 학부모 힐러리 샤이 데이비스는 페이스북에 “나는 미국에서 고교를 나온 학생을 강제 추방시키는 걸 상상할 수 없다”며 “그들의 성공을 가로막는 장애물과 싸울 것”이라고 썼다. 반면 두 여고생이 불법 행위를 자랑스레 여기는 철없는 10대라는 비판도 만만찮다. 일부 누리꾼은 “마르티네스를 강제 추방할 시간”이라고 적은 뒤 불법 체류 업무를 담당하는 이민국 트위터 계정을 태그하기도 했다.

조동주 기자 djc@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