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바마-케리, 트럼프 저격 나서 “대통령직은 리얼리티쇼 아니다”

  • 동아일보
  • 입력 2016년 5월 8일 21시 26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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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과 존 케리 미 국무장관이 공화당 대선후보로 사실상 확정된 도널드 트럼프(70)를 겨냥해 직격탄을 날렸다.

오바마 대통령은 6일 백악관 브리핑에서 “우리는 지금 진지한 시대에 살고 있으며 대통령직은 정말로 진지한 일이다. 연예나 리얼리티 쇼가 아니다”라고 말했다. 트럼프는 2004년 NBC 방송의 인기 리얼리티 쇼인 ‘어프렌티스’(견습생)를 진행하며 이름을 알리기 시작했다.

오바마 대통령은 “볼거리와 서커스를 강조하는 것은 우리가 할 수 있는 게 아니다”며 “트럼프는 검증이 필요한 (과거의)오랜 기록을 갖고 있다. 우리는 그가 과거에 한 발언들을 심각하게 여겨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언론이 제대로 역할을 하고 국민들이 제대로 정보를 얻는다면 우리의 민주주의는 작동할 것”이라며 트럼프가 민주당 힐러리 클린턴 전 국무장관과의 본선에 앞서 언론과 국민들로부터 본격적인 검증을 받아야 한다는 점을 강조했다. 중산층 이하 미국민들이 인기 영합적인 발언을 하는 트럼프에 열광하고 있지만 본질을 파악해야 한다는 것이다.

오바마 대통령은 7일 흑인들이 많이 다니는 워싱턴DC 하워드대의 졸업식 연설에서 “지금의 미국은 1983년 내가 대학을 졸업할 때보다 더 나은 곳이 됐지만 여전히 격차가 존재하는 만큼 해야 할 일이 많다”며 “해시태그뿐 아니라 투표가 필요하다”고 말하기도 했다. 변화를 위해서는 온라인운동에 그치지 말고 행동에 나서라는 뜻이다. ‘지금의 미국은 전보다 더 나아진 곳’이라는 표현은 트럼프의 선거구호인 ‘미국을 다시 위대하게 만들자’를 겨냥한 것으로 보인다고 워싱턴포스트는 전했다.

존 케리 국무장관도 6일 매사추세츠 주 보스턴의 노스이스턴대 졸업식에 참석해 다양한 국적의 졸업생들을 둘러보면서 “모든 인종과 종교, 성(性), 체형, 키를 가진 동료들을 보라. 다 합하면 85개 국가 출신에 수십 개의 언어를 구사할 수 있다”며 “노스이스턴대 역사상 가장 다양한 졸업생들인 당신들은 트럼프에게 최악의 악몽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미국이라는 최강대국이 국내로 눈을 돌리고 벽 뒤에 숨으면서 위대함을 유지할 수 있다고 주장하는 호객꾼의 조언을 듣는다면 미국은 일등국가가 될 수 없다”고 강조했다. 미국과 멕시코 사이에 장벽을 세우겠다고 공약한 트럼프를 염두에 두고 한 발언이었다.

워싱턴=이승헌 특파원 ddr@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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