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화당 주류 ‘트럼프 낙마 100일 작전’ 준비”

  • 동아일보
  • 입력 2016년 3월 21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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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YT “제3의 무소속 후보도 검토”… 애리조나-뉴욕서 反트럼프 시위
아들-누나에 백색가루-협박편지도… 트럼프 “폭력적 선동가들” 강력비판

공포로 흥한 자에 대한 공포가 커지고 있다. 무슬림 세력에 대한 공포, 불법이민자들에 대한 혐오를 정치적 도구로 이용해 지지세를 얻어온 미국 공화당 대선후보 경선 선두주자인 도널드 트럼프(70) 얘기다. 그가 공화당 후보로 최종 선출되고 대통령까지 될지 모른다는 인식이 퍼지면서 반(反)트럼프 진영의 ‘트럼프 포비아(공포증)’가 커지고 있다.

트럼프는 19일 미국 서남부 애리조나 주에서 대규모 유세를 벌였다. 반대 시위자들은 차량으로 피닉스 근방 파운틴힐스로 들어가는 간선도로를 막아 교통체증을 일으켜 트럼프와 캠프 관계자들의 통행을 방해했다. 이들 시위대는 “트럼프는 증오이자 공포다”라는 내용의 구호를 외쳤고 트럼프 지지자들은 “트럼프! 트럼프!”를 연호하며 맞섰다고 CNN이 보도했다. 현지 경찰은 교통 방해 혐의로 반대 시위자 3명을 체포하고 자동차 2대를 견인했다.

이날 낮 12시경 뉴욕 맨해튼 센트럴파크 인근 콜럼버스 서클에 모인 수천 명의 시위대도 트럼프의 선거캠프가 차려진 트럼프타워가 있는 맨해튼 고급 쇼핑거리인 5번가까지 거리 행진을 벌였다. 시위 참가자들은 “인종차별주의자 트럼프를 박살내자” “혐오와 공포는 이제 그만!” 등의 구호를 외쳤다. 트럼프는 이날 유세에서 “그들은 평화적 시위대가 아니라 폭력적 선동가들”이라며 공격적 발언을 이어갔다.

트럼프 가족에 대한 협박도 잇따르고 있다. 17일 아버지의 선거운동을 적극적으로 돕고 있는 아들 에릭 트럼프(32)의 뉴욕 맨해튼 집에 정체불명의 편지가 백색가루와 함께 배달됐다. 누나 메리앤 트럼프 배리 미 연방 제3항소법원 판사(78)도 19일 비슷한 협박 편지를 받았다. NBC뉴스는 “두 편지 모두 ‘트럼프가 대선 레이스를 중단하지 않으면 가족들에게 해를 끼치겠다’는 내용이었고 백악관 비밀경호국(SS)과 연방수사국(FBI)이 두 편지를 비교 분석하는 등 정밀 조사를 진행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공화당 주류의 트럼프 저지 움직임도 노골화하고 있다고 뉴욕타임스가 전했다. 트럼프에 대한 ‘정치적 게릴라전(戰)’으로 표현되는 이른바 ‘트럼프 낙마 100일 작전’을 준비해 △트럼프의 대의원 확보를 저지하고 △트럼프에 대항하는 당내 후보를 단일화하며 △이 모두가 좌절될 경우 당외에서 ‘제3의 무소속 후보’를 띄우는 방안까지 검토한다는 내용이다. 그만큼 공화당 주류에서 “트럼프가 후보가 되면 본선에서 민주당의 힐러리 클린턴 전 국무장관(69)을 이길 가능성이 거의 없고 공화당도 붕괴할 수 있다”는 위기감이 크다고 미 언론은 전했다.

로널드 레이건 정부에서 교육부 장관을 지낸 보수 논객 윌리엄 버넷은 “공화당 주류 등 기성세력이 트럼프에게 비정상적으로 분노를 표하고 있는 것은 그들 모두가 위협에 떨고 있다는 방증”이라고 진단했다. 그는 각종 기고문과 방송에서 “트럼프는 자기 돈으로 선거를 치르고 있다”며 “모두가 그를 제거하려고 일어서는 것은 우연의 일치가 아니다. 여타 정치인들 대다수는 부패한 정치세력이기 때문이다. 트럼프가 대권을 잡는 순간 그런 부패와 공생 관계로 이뤄진 워싱턴 기성 체제는 무너지거나 심각한 타격을 받을 수밖에 없다”고 주장했다. 그가 쓴 “그들(기성 정치세력)이 트럼프가 대통령이 되기 전에 그를 죽일 수도 있다. 앞으로 트럼프에게 어떤 사고가 일어나도 놀라지 마라”는 칼럼은 소셜미디어에서 계속 확산되고 있다.

뉴욕=부형권 bookum90@donga.com / 워싱턴=박정훈 특파원
#미국#대선#트럼프#공화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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