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대선 불출마 선언한 블룸버그의 불호령

  • 동아일보
  • 입력 2016년 3월 8일 18시 46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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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의 가계소득은 정체되고 대외 영향력은 쇠퇴하고 있다. 그래서 국민들이 화나고 좌절감마저 느끼는 것이다. 대선후보들은 해결책을 제시하기는커녕 희생양만 찾고 감당할 수 없는 약속을 남발한다. 망가진 워싱턴 정치를 더욱 망치고 있다.”

무소속 ‘제3의 후보’로 미 대선에 나서려 했던 마이클 블룸버그 전 뉴욕시장(74)이 7일(현지시간) 불출마를 선언했다. 그러면서 민주·공화 양당 후보들을 싸잡아 비판했다. 그는 자신이 소유한 블룸버그통신에 A4용지 3장 분량 기고문을 올려 “미국 역사를 보면 민주·공화 양당은 중도 성향의 후보를 내세우는 경향이 있었는데 그 전통이 무너지고 있다. 극단주의가 판을 치는데 이를 막아내지 않으면 미국 안팎 문제는 더 악화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그는 ‘중요한 분야에서 미국을 전진시킨 문제해결형 대통령’으로 공화당 로널드 레이건 대통령(40대)과 민주당 빌 클린턴 대통령(42대)을 꼽으며 “민주당 후보들은 빌 클린턴의 길을 외면하고 공화당 후보들은 레이건의 길을 가려 하지 않는다”고 비판했다. “민주당 후보들은 무역 증진, 재정적자 축소, 금융 분야 진흥 같은 클린턴 시대의 정책을 공격하고 공화당 후보들은 이민개혁, 초당적 예산안 같은 레이건의 정책을 공격한다”는 것이다.

블룸버그는 불출마 이유에 대해 “내 나라를 너무나 사랑하기 때문”이라고 했다. 자신이 출마해 3자 대결 구도가 되면 결국 ‘나라의 단합을 약화시키고 미국의 미래를 어둡게 만들 후보가 선출되는 것을 돕는 상황’이 될 것 같다는 설명이었다.

블룸버그는 “내가 출마하면 (50개 주 중) 많은 주에서 승리할 수 있지만 대통령 당선에 필요한 선거인단(270명)을 확보할 수는 없을 것 같다. 내가 가세한 3자대결 구도에선 누구도 270명을 확보할 수 없고 결국 (미국 헌법에 따라) 미 하원에서 대통령을 선출할 가능성이 크다”고 했다. 그러면 하원은 공화당이 다수당이어서 공화당 후보가 될 것으로 보이는 도널드 트럼프(70)나 테드 크루즈 상원의원(46)이 대통령이 되게 된다는 설명이다. 블룸버그는 “트럼프와 크루즈 모두 분열적이고 선동적인 후보”라며 “(그들처럼) 미국이 지켜온 소중한 가치들을 외면해선 미국은 위대해질 수가 없다”고 말했다.

블룸버그는 유력 후보 중 힐러리 클린턴 전 국무장관(69)과 정치적 성향이 가장 많이 겹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결국 자신의 출마가 클린턴과 자신 둘 다를 패자로 만들 것이란 판단에 따라 불출마를 결정한 셈이다.

뉴욕=부형권특파원 bookum90@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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