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르노게이트 번진 법조계 폭로전

  • 동아일보
  • 입력 2015년 12월 29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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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판검사들 음란사진 주고받아”

미국 펜실베이니아 주에서 궁지에 몰린 여성 검찰총장이 폭로한 ‘폰(porn·포르노그래피의 약어) 게이트’로 법조계가 흙탕물에 빠졌다. 이 게이트로 주 대법원 판사 1명, 검찰 직원 6명이 사임했고, 60여 명의 검찰 직원이 견책을 받았지만 파장이 일파만파로 커지고 있다고 워싱턴포스트가 26일 보도했다.

‘판도라의 상자’를 연 주인공은 주민투표를 거친 펜실베이니아 주 최초의 여성 검찰총장으로, 2013년 1월에 취임한 캐슬린 케인(49·사진). 빌 클린턴 전 대통령의 지지를 받은 민주당 소속의 미모의 검찰총장이다. 그는 취임 첫해에 동성애 결혼을 불허한 주 법령이 위헌이라며 법 적용 금지를 선언한 행보로 언론의 주목을 받았다.

이로 인해 차기 상원의원감이란 평가를 받던 케인 총장은 이후 ‘반(反)공화 친(親)민주’의 당파적 행보로 비판의 도마에 올랐다. 케인 총장은 같은 주 검찰총장 출신으로 공화당 소속인 톰 코벳 전 주지사를 겨냥해 코벳이 진행한 사건에 대해 재수사를 지시했다. 재수사 이유는 “코벳이 민주당 소속 흑인 정치인 5명을 겨냥해 진행한 반부패 수사를 끝내고, 펜실베이니아주립대 풋볼팀 내 섹스 스캔들 사건 조사를 자신의 주지사 당선 이후로 연기했다”는 것이다. 그러자 코벳의 측근으로 이 수사를 지휘했던 프랭크 피나와 다른 2명의 검사가 사표를 던진 뒤 필라델피아 시 검찰청으로 들어가 역공에 나섰다. 이들은 케인이 위증을 했고 자신이 취득한 비밀을 언론에 공개하는 직위남용을 저질렀다고 공격하고 나섰다.

이로 인해 케인 총장은 8월 정식 기소됐다. 민주당 소속 톰 울프 현 주지사도 사임을 요구했으나 케인 총장은 거부했다. 그러자 주 대법원은 9월 그의 변호사 자격을 정지해 검찰총장 직무 수행을 사실상 불가능하게 만들어버렸다.

케인 총장이 이에 맞서 꺼낸 카드가 ‘폰 게이트’다. 펜실베이니아 주 판사와 검사들이 외설적인 사진과 여성 차별적이고 인종 차별적인 발언이 담긴 e메일을 주고받아 왔다면서 이 사실을 폭로한 것이다. 엄숙해야 할 법조계 인사들이 여성의 구강성교 사진에 ‘네가 사장을 만족시켜 줄 수 있는 유일한 업무’라는 글을 달거나 남성들의 그룹 섹스 장면에 ‘너는 얼마나 더러운 게이(동성애자)냐?’는 글을 단 e메일을 수없이 주고받은 것으로 드러났다. 백인 남성 한 명이 두 명의 흑인 남성과 맞서 싸우며 프라이드치킨 포장 박스를 지키는 사진에 ‘최상의 용기’라는 문구를 단 사례도 있었다.

주 법조계가 남성우월주의에 젖어 자신을 ‘마녀사냥한다’는 여론몰이에 나선 것이다. 하지만 케인 총장의 여동생이자 최측근인 엘런 고퍼 검사도 ‘매 맞는 여성은 맞아도 싸다’는 글과 함께 멍 든 눈으로 웃고 있는 여성 사진을 전송한 사실이 드러나 여론은 차갑게 식었다.

프랭클린앤드마셜대의 테리 마다나 정치 및 공공업무센터 실장은 “펜실베이니아 역사상 이런 막장 드라마는 없었다”고 말했다. 공익 법무법인 소속의 마크 북먼 씨는 “사법부의 독립에 대한 믿음뿐 아니라 공화 민주 양당이 내리는 정치적 판단도 믿을 수 없게 됐다”며 미국 사법제도의 총체적인 개혁을 촉구했다.

권재현 기자 confetti@donga.com
#포르노게이트#판검사#음란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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