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 ‘反부패’ 불똥 마카오 “라스베이거스 따라 하자”

  • 동아일보
  • 입력 2015년 4월 23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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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지노 매출 2015년 1분기 37% 감소… 레저-관광 등으로 사업 다각화 나서
인접국 카지노와 경쟁… 성공 미지수

중국의 반(反)부패 정책으로 본토 관광객이 줄어든 ‘카지노의 메카’ 마카오가 변화를 꾀하고 있다. 도박 편향에서 탈피해 레저, 관광 등으로 사업 다각화를 추진하고 있다. 성공 여부는 아직 미지수다. 영국 파이낸셜타임스는 22일 마카오가 비즈니스모델을 바꾸고 있는 모습을 상세하게 소개했다.

지난해 마카오의 관광객 3150만 명 중 3분의 2는 본토에서 왔다. 1999년 포르투갈에서 반환된 마카오는 중국 대륙에서 유일하게 합법적으로 도박을 할 수 있는 도시다. 하지만 중국 정부가 2013년부터 반부패 정책을 추진하면서 마카오 매출액이 급감했다. 올해 1∼3월 카지노 매출액은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36.6% 줄었다. 카지노 덕분에 2013년 1인당 역내총생산(GDP)이 세계 4위인 9만1376달러(약 9800만 원)에 달할 정도로 번영을 누리던 마카오는 발등에 불이 떨어진 셈이다. 마카오는 중국에 반환됐으나 2049년까지 자치권을 인정받았다.

마카오는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해법을 찾고 있다. 1990년대 미국 카지노 업체들은 카지노 매출 비중을 줄이면서 성장을 꾀했다. 라스베이거스의 전체 매출액에서 카지노가 차지하는 비중은 절반 이하다. 나머지는 레저, 관광 등으로 충당한다. 이에 비해 마카오의 카지노 업체들은 매출의 88∼99%를 카지노에서 올리고 있다.

마카오의 카지노 업체인 갤럭시는 객실 1350개와 3000석 규모의 대형 극장, 대형 쇼핑몰 등 복합 시설을 갖춘 리조트 건설에 수십억 달러를 투자했다. 또 다른 업체 멜코크라운은 할리우드 테마 파크를 추진하고 있다. 샌즈차이나는 기존 호텔에 프랑스 에펠탑 등을 재현해 관광객을 더 끌어모을 계획이다. 리카르도 시우 마카오대 경영경제학과 교수는 “카지노 성장 둔화가 오히려 좋은 약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마카오에는 잠재 관광객이 많다. 2020년 해외를 찾는 중국인 관광객은 2억 명에 달할 것으로 예상된다. 카지노 사업을 VIP 고객 중심에서 일반 관광객으로 확대하면 수익이 더 늘어날 수 있다. 일반 관광객에게는 공짜 숙박, 음식을 제공할 필요가 없어서 수익률이 VIP보다 4배 많이 나온다.

하지만 당분간 수익을 크게 늘리기는 어려워 보인다. 최근 이곳을 찾는 사람들은 상당수가 당일치기나 패키지 관광객이다. 한 중국인은 “카지노를 즐기고 싶다. 하지만 패키지 관광 일정이 빠듯해서 그럴 여유가 없다”고 말했다. 관광객들은 마카오에서 식비 정도만 지출하고 잠은 마카오 인근 중국 도시에서 잔다.

카지노 경쟁자도 증가하는 추세다. 최근 호주, 캄보디아, 필리핀의 카지노 매출은 크게 늘었다. 홍콩의 임피리얼퍼시픽과 중국의 태양열 패널 제작업체인 하너지는 사이판에 객실 4000개를 보유한 대형 카지노를 추진하고 있다. 마카오의 새로운 전략이 어떤 결과를 가져올지 누구도 장담하기 어렵다.

이유종 기자 pen@donga.com
#중국#반부패#마카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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