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추행이 옷차림 때문이라니…터키 남성들 미니스커트 입기 운동

  • 동아일보
  • 입력 2015년 2월 23일 15시 57분


코멘트
출처 아이비타임스 캡쳐
출처 아이비타임스 캡쳐
한파가 불어 닥친 이달 21일(현지 시간) 터키 이스탄불의 탁심 광장에 미니스커트를 입은 남성들이 모여들었다. 이들은 자신들을 향한 시민들의 눈길에 아랑곳하지 않고 당당하게 거리 행진을 벌였다. 이들의 손에는 “외즈게자니진을 기념해 미니스커트를 입자”는 문구가 적힌 팻말이 들려 있었다.

최근 터키 남성들 사이에서 ‘미니스커트 입기 캠페인’이 벌어지고 있다. 지난 11일 성폭행범에 맞서다 잔인하게 살해당한 여대생 외즈게자니진 아슬란(20) 씨를 추모하기 위해서다. 성폭행이나 성추행이 일어나는 데에는 여성들의 정숙하지 않은 옷차림도 원인 중 하나라고 지적하는 보수적인 터키 사회를 향한 항의의 뜻도 담고 있다. 영국 BBC는 “남성들의 미니스커트 착용은 짧은 치마가 성폭행의 핑계가 될 수 없다는 메시지를 효과적으로 전달하고 있다”고 평가했다.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상에서도 많은 남성들이 치마를 입은 자신들의 모습을 찍어 사진을 올리고 있다. 지난 18일 아르제바이잔 출신의 한 남성이 치마를 입은 채 “미니스커트가 성폭행의 핑계라면 나도 미니스커트를 입겠다”는 팻말을 들고 찍은 사진을 올린 뒤 동참이 잇따르고 있는 것. ‘외즈게자니진을 기념해 미니스커트를 입자’는 뜻의 해시태그(#)가 달린 게시글이 수천 개에 이른다.

성폭행하려는 마을버스 기사에 맞서 호신용 스프레이로 반항하다 잔인하게 살해된 아슬란 씨의 시신은 살인사건 발생 이틀 뒤인 13일 인근 하천에서 발견됐다. 범인은 쇠파이프로 희생자의 머리를 내리쳐 숨지게 한 뒤 증거를 인멸하기 위해 손을 자르고 시신을 불태운 것으로 드러났다.



충격적인 사건에 터키 사회가 일제히 추모 분위기에 접어든 가운데 19일 터키 남부 안탈리나의 한 고등학교에서 여성 교감이 성추행 팀을 만들어 짧은 치마를 입은 여학생들을 성추행하라고 지시한 사실이 알려져 논란이 일고 있다. 현지 언론에 따르면 문제의 교감은 “여학생들이 짧은 치마를 입는 것은 성추행을 받아도 괜찮다는 태도”라고 자신의 지시를 정당화하기도 했다.

이설 기자 snow@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