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종사 산 채로 불태워 죽인건 신성모독”

  • 동아일보
  • 입력 2015년 2월 6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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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슬람 수니파도 IS 맹비난… ‘반미’ 극단주의자들도 경악

이슬람 수니파 무장조직 ‘이슬람국가(IS)’가 요르단 공군 조종사를 산 채로 불태워 죽인 만행에 대해 범이슬람권에서도 일제히 비난하고 나섰다. 인도적 관점에서뿐 아니라 IS가 강조해온 이슬람 교리에도 어긋나는 신성모독이라며 과거 서방 인질에 대한 참수 때 보여주지 않던 분노가 거세게 일고 있다.

AP, 로이터통신 등 외신은 이슬람권에서 IS를 종교적 극단주의자를 뜻하는 아랍어 ‘다이시’로 호명하면서 맹비난을 쏟아내고 있다고 소개했다. 비난 대열엔 IS와 적대 관계의 시아파 국가인 시리아와 이란, 그리고 당사국인 요르단만 들어있는 게 아니다. 과거 IS 만행에 침묵했던 다양한 아랍권 수니파 종교지도자들까지 나섰다.

이집트 카이로에 있는 최고 권위의 이슬람 신학대학인 알아즈하르대의 수장인 셰이크 아흐마드 알 타옙이 선봉에 섰다. 그는 3일 “이는 사악한 테러리스트의 행동”이라며 “이슬람을 억압하고 훼손하는 자들에 대해 꾸란(이슬람 경전)이 명한 대로 처형하거나 십자가형에 처하거나 손발을 절단하는 처벌이 따라야 한다”는 성명을 발표했다. 사우디아라비아의 수니파 종교지도자 셰이크 살만 알 우다도 화형을 금한 예언자 무함마드의 말을 인용하며 “사람을 산 채로 불태워 죽이는 것은 이슬람 교리에 위반되는 혐오스러운 범죄”라고 비판했다. 무슬림형제단의 존경을 받는 카타르의 종교지도자 유세프 알 까라다위도 이날 ‘모든 무슬림은 전쟁포로를 학대하지 말라’고 한 무함마드의 말을 인용하는 장문의 비난 성명을 발표했다.

이슬람 문화권에선 채찍질, 투석형, 신체절단형 같은 중세적 형벌제도에 비교적 관대했다. 하지만 불태워 죽이는 행위, 그것도 이교도가 아닌 같은 무슬림을 불로 단죄하는 것에 대해선 강한 거부감을 가지고 있다. 무슬림이 이슬람 경전 꾸란 다음으로 중요시하는 하디스(무함마드의 언행록)에 ‘오직 알라(신)만이 불로 심판할 수 있다’는 구절이 있기 때문이다. 이슬람권에선 장례 때도 화장을 금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IS는 이런 비판을 의식해서인지 이날 자신들의 만행을 정당화하기 위해 “신앙심이 없는 자를 산 채로 태워 죽이는 건 허용된다”는 파트와(이슬람 율법 해석)를 트위터를 통해 발표했다. 이 파트와는 “원칙적으로 알라만 불로 심판할 수 있지만 완전히 이를 금지한 게 아니라 겸양의 의미로 봐야 한다”며 예언자 무함마드의 장수 칼리드 빈 왈리드도 범죄자 2명을 화형에 처했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IS의 광기는 여기서 멈추지 않았다. IS는 이날 밤 요르단 공군 조종사인 무아스 유세프 알 카사스베흐 중위를 산 채로 불태워 죽이는 동영상을 IS의 사실상 수도인 시리아 락까에서 어린이를 포함한 군중에게 보여주는 새로운 동영상을 추가로 공개했다. 5분짜리 이 동영상에서 여덟 살도 안 돼 보이는 어린이가 “만일 그가 여기 있었다면 내 손으로 불태웠을 것이다. 나도 다른 공군 조종사들을 붙잡아 그들을 태워 죽이겠다”고 말하는 모습이 담겼다고 극단주의 테러 감시단체 시테(SITE)가 밝혔다.

IS의 ‘막가파’ 행동에 같은 이슬람 극단주의자들도 경악했다. 반미 군사 활동으로 10여 년을 감옥에서 보낸 요르단의 종교지도자 아부 사야프는 “자비와 관용의 종교인 이슬람은 전투 중에도 전쟁포로를 함부로 대하지 않는다는 것을 강조해왔기에 이런 만행은 IS의 대중성을 약화시킬 것”이라며 “폭격에 대한 보복으로 불태워 죽이는 것까지 이해한다고 쳐도 왜 이런 식의 쇼킹한 영상까지 촬영해 공개하는지 이해할 수 없다”고 말했다.

권재현 기자 confetti@donga.com
#이슬람 수니파#IS#IS 요르단 공군 조종사 화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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