억류 美기자 어머니 선처 애원 “칼리프, 내 아들을 풀어주세요”

  • 동아일보
  • 입력 2014년 8월 29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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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S에 아랍어 자막 영상편지 “다른 엄마들과 마찬가지로 내 아이를 보고 싶을 뿐”

아들의 목숨을 쥐고 있는 이슬람 테러리스트 수괴에게 미국인 어머니는 그저 ‘최고지도자’라고 부르며 선처를 애원하는 방법밖엔 없었다.

이슬람 수니파 무장반군 ‘이슬람국가(IS)’가 참수를 경고한 미국인 기자 스티븐 소틀로프(31)의 어머니는 아들의 석방을 애처롭게 부탁하는 영상 편지를 27일 IS에 보냈다. IS는 19일 미국인 기자 제임스 폴리를 참수하면서 “버락 오바마 대통령의 결정에 달렸다. 미군이 이라크 공습을 멈추지 않으면 소틀로프도 처형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소틀로프의 어머니인 셜리 소틀로프 씨는 유튜브에 올린 1분 40초 분량의 영상 메시지에서 IS의 지도자 아부 바크르 알 바그다디에게 보내는 것이라며 “IS의 칼리프인 당신은 우리 아들을 석방할 수 있는 권한이 있다”고 말문을 열었다. 이어 “그가 나머지 삶을 살 수 있도록 자비를 베풀어 내 아이를 풀어 달라”고 간청했다.

올해 들어 스스로를 칼리프로 자처하고 있는 바그다디는 정작 대부분의 이슬람 사회에서는 최고지도자의 권위를 인정받지 못하고 있지만 셜리 씨는 아들을 살리기 위해 그를 ‘칼리프’라고 부른 것이다. 바그다디는 오사마 빈라덴의 후계자로 거론되는 테러범으로 교사 출신이다. 공교롭게도 셜리 씨도 현재 미 플로리다 주 마이애미에서 교사로 일하고 있다.

영상 편지 하단에 아랍어 자막을 넣은 셜리 씨는 침울하면서도 담담한 어조로 꾸란까지 거론하며 자식을 살려 달라고 부탁했다. 그는 “(지난해 8월 시리아에서) 아들이 납치된 뒤 이슬람교를 공부해 왔다”며 “꾸란에 나온 대로 예언자 무함마드의 선례를 따라 자비를 베풀어 달라”고 호소했다. 또 “이슬람교에는 한 개인이 다른 사람의 죄를 대신해 책임질 수 없다는 교리가 있다고 배웠다. 아들은 그저 기자인 만큼 (이라크를 공습한) 미국 정부의 행동을 통제하거나 바꿀 수는 없지 않느냐”고 되물었다. “세상의 다른 엄마들과 마찬가지로 내 아이를 보고 싶을 뿐”이라고도 했다.

이슬람 전문가들은 “이 영상을 바그다디가 본다면 소틀로프 처형을 놓고 딜레마에 빠질 수도 있다”고 분석했다. ‘오사마 빈라덴의 전설’이라는 책을 집필한 중동 테러전문가 다비드 가르텐스타인로스 씨는 뉴욕타임스와의 인터뷰에서 “이슬람 율법이 지배하는 국가 건설을 목표로 하는 바그다디에게 이슬람교를 거론하며 선처를 요구한 만큼 처형을 놓고 고민에 빠질 수 있다”고 말했다.

워싱턴=이승헌 특파원 ddr@donga.com
#미국인 기자 억류#IS#칼리프#이슬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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