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종차별 경험’ 美 첫 흑인 법무장관… 퍼거슨 소요사태 해결 ‘소방수’ 될까

  • 동아일보
  • 입력 2014년 8월 21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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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권문제 관련 가족史 꺼내며… 분노한 시위대 달래기 기대
퍼거슨 인근 세인트루이스서도… 경찰 총에 흑인 절도용의자 사망

미국 최초의 흑인 법무장관이 10대 흑인 청년 마이클 브라운의 백인 경찰 총격 사망으로 격화된 미주리 주 소요 사태를 가라앉힐 ‘구원투수’가 될 수 있을까.

버락 오바마 대통령의 지시로 20일 미주리 주 퍼거슨 시를 방문해 수사 상황을 점검하는 에릭 홀더 법무장관의 일거수일투족에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여기에는 2009년 오바마 행정부 1기 출범 때부터 법무 수장을 맡아 온 홀더 장관이 그동안 인권 문제에 지대한 관심을 보여 온 만큼 그의 행보에 따라 시위대의 분노가 수그러들지 않겠느냐는 기대가 깔려 있다.

AP통신은 20일 “홀더 장관이 퍼거슨 시에 도착하면 인권 문제와 관련한 가족사까지 꺼내며 시위대를 다독일 것”이라고 내다봤다. 홀더 장관은 평소 중남미의 섬나라 바베이도스에서 온 이민자인 아버지가 제2차 세계대전에 참전하려다 백인들만 탄 기차에서 쫓겨난 이야기, 자신이 대학생 때 과속을 하지 않았는데도 강압적인 단속을 받고 차량을 수색당한 일 등을 자주 거론하며 흑인의 인권 문제에 관심을 보여 왔다.

또 그는 2012년 흑인 청소년 트레이번 마틴의 죽음 직후 아들에게 젊은 흑인이 경찰에게서 부당한 처우를 받았을 때 어떻게 행동해야 하는지를 설명했다고 토로하기도 했다. 그는 “내 아이를 보호하기 위해 그런 설명을 해야만 했다”고 말했다. 부당한 대우를 받더라도 참아야 한다는 취지의 훈계였던 셈이다. 한편으로 그는 경찰의 과잉대응에 면죄부를 주는 ‘정당방위법’을 재고할 필요가 있다고 역설하기도 했다. 홀더의 이런 경험이 흑인 시위대의 분노를 달래고 공감대와 해결책을 찾을 가능성이 높다고 백악관은 판단한 셈이다.

이와 맞물려 미주리 주 대배심도 20일부터 진상 조사에 착수했다. 경찰 진술과 목격자 증언을 들은 뒤 브라운에게 총을 쏜 대런 윌슨 경관을 기소할지를 결정할 예정이다. 브라운 유족은 25일 장례식을 치르기로 해 그전까지 경관 기소 결정이 나올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시위는 20일 새벽에도 계속돼 소요 사태의 불씨는 여전히 남아 있다. 특히 19일 퍼거슨 시에서 차로 10여 분 거리에 있는 세인트루이스에서 흑인 남성 절도용의자가 또 경찰의 총에 맞아 숨지는 사건이 발생해 긴장감을 높이고 있다. 세인트루이스 경찰서장 샘 돗슨이 올린 트위터 내용에 따르면 이 20대 남성은 칼을 들고 고함을 치면서 경찰관 2명에게 다가서다 총에 맞았다.

이번 총격은 경찰의 정당한 법집행으로 여기는 분위기가 많지만 소요 사태를 확산시킬 것이라는 관측도 없지 않다.

워싱턴=이승헌 특파원 ddr@donga.com
#인종차별#퍼거슨 소요사태#흑인 법무장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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