힐러리 “리더십 공격 아니다” 해명… 오바마 측근 노골적 불쾌감 드러내

  • 동아일보
  • 입력 2014년 8월 14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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힐러리 “오바마 외교정책 실패” 발언 파문… 애증의 두 사람, 화해할까 갈라설까

버락 오바마
버락 오바마
힐러리 클린턴 전 미국 국무장관이 버락 오바마 대통령의 외교정책을 비판하며 던진 ‘돌직구’ 파문이 가라앉지 않고 있다. 2016년 대통령선거를 앞두고 그동안 잠복해 있던 오바마-클린턴의 애증관계가 다시 불거지는 양상이다.

클린턴 전 장관은 10일 발간된 시사잡지 ‘애틀랜틱’과의 인터뷰에서 “‘이슬람국가(IS)’ 같은 무장세력이 발호하도록 만든 것은 오바마 외교정책의 실패”라고 말한 게 ‘오바마와의 결별’ 신호로 굳어지자 뒤늦게 수습에 나섰다.

클린턴 전 장관의 대변인인 닉 메릴은 12일 성명을 통해 클린턴 전 장관이 이날 아침 오바마 대통령에게 전화를 걸어 자신의 인터뷰 발언이 오바마 대통령이나 그의 정책, 리더십을 공격하려고 한 게 아니라고 설명했다고 밝혔다.

그러나 워싱턴 정가에선 이 같은 ‘겉치레 해명’으로 오바마-클린턴의 애증관계가 사그라질 것으로 보는 시각은 거의 없다. 오히려 오바마 대통령 측은 노골적으로 불쾌감을 드러내고 있다.

오바마 대통령의 최측근인 데이비드 액설로드 전 대통령 선임고문은 이날 트위터를 통해 오바마 대통령이 즐겨 쓰는 “‘멍청한 짓을 하지 말라(Don't Do Stupid Stuff·DDSS)’는 이라크 점령 같은 짓을 하지 말라는 것”이라며 클린턴 전 장관을 정조준했다. 클린턴 전 장관이 상원의원 시절인 2002년 조지 W 부시 전 대통령의 이라크 침공에 찬성표를 던졌던 ‘과거’를 끄집어낸 것이다.

힐러리 클린턴
힐러리 클린턴
클린턴 전 장관은 13일 하필이면 오바마 대통령이 여름휴가를 보내고 있는 매사추세츠 주 마서스비니어드의 한 서점에서 회고록 ‘힘든 선택들’ 사인회를 가질 예정이다. 이라크 반군에 대한 공습을 승인해놓고 휴가지에서 골프를 치고 있는 오바마 대통령과 비교해 ‘오바마는 골프, 힐러리는 대선 행보’라는 또 다른 차별화에 나섰다는 관측도 제기된다. 이날 저녁 민주당의 막후 실력자인 버넌 조던의 부인 생일 파티에 오바마 대통령과 클린턴 전 장관이 참석할 예정이어서 어떤 모습이 연출될지 주목된다.

이라크 사태에 대한 미국의 대응을 둘러싸고 논란이 계속되는 가운데 오바마 대통령은 이라크에 해병대와 특수전 요원으로 구성된 군사고문관 130명을 추가 파견했다. 이들은 신자르 산악지대에 고립된 야지디족 수만 명을 탈출시킬 방안을 검토해 보고할 예정이다.

오바마 대통령이 “지상군 파견은 없을 것”이라고 선을 그으면서도 군사고문관을 추가 파견한 것은 고립된 야지디족을 탈출시키려면 공습만으론 한계가 있다는 지적이 행정부 내에서도 계속 나오고 있기 때문이다. 뉴욕타임스(NYT)는 군 소식통을 인용해 “안전통로를 확보하기 위해선 이라크군이든, 쿠르드군이든, 유엔군이든 어떤 형태로든 지상군 투입이 불가피하다”고 전했다.

한편 프랑스 대통령실은 13일 이라크 수니파 무장 반군인 IS와 맞서 싸우고 있는 이라크 북부 쿠르드자치정부의 요청을 받아들여 쿠르드군에 무기를 지원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쿠르드군에 무기 지원을 결정한 미국과 프랑스에 이어 영국도 무기 지원을 검토하고 있다.

워싱턴=이승헌 특파원 ddr@donga.com
#오바마#힐러리#이라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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