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히스패닉 출산율 빅뱅… 잠 못드는 공화당

  • 동아일보
  • 입력 2014년 8월 13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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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들어 이민 2세대 크게 증가… 초등학교 백인비율 첫 과반 미달
11월 중간선거-2016 대선 핵심변수… 지지받는 민주, 이민개혁 박차
공화당은 지원 늘리며 끌어안기

미국 워싱턴DC 인근 매클린 시의 잔디 관리업체인 ‘마틴’에서 일하는 도미니크 산체스 씨는 얼마 전 늦둥이 딸을 얻었다. 산체스 씨는 11일(현지 시간) 기자에게 “멕시코에서 이민 온 주변 라틴계 친구들이 다들 자식을 얻었는데 7년 만에 뒤늦게 낳았다”면서 “딸은 나와 달리 제대로 된 미국 시민으로 키우고 싶다”며 기뻐했다.

2013년 말 현재 5400만 명으로 미국에서 백인에 이어 두 번째로 많은 인종으로 자리 잡은 히스패닉계 인구가 급증 추세를 보이며 올해 11월 중간선거와 2016년 대통령선거의 핵심 변수로 떠오를 것으로 전망된다. 이들은 멕시코 등 중남미에서 미국으로 이주한 뒤 현지에서 2세를 꾸준히 출산하고 있어 영향력 있는 유권자층으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통계조사 전문기관인 퓨리서치센터가 2012, 2013년 미국 내 히스패닉 인구 증가 추이를 분석한 결과 이민에 따른 증가(22%)보다 미국 내 출산(78%)으로 인한 인구 증가가 3배 이상으로 많았다. 반면 한국 등 아시아인들은 전체 증가분 중 이민이 61%였고 미국 내 출산은 절반가량인 39%였다.

이 같은 흐름은 고용시장에도 반영되고 있다. 금융위기 이후인 2009년부터 2013년까지 미국 내 히스패닉 중 이민자들은 45만3000여 개의 일자리를 잡은 데 비해 미국에서 나고 자란 히스패닉은 230여만 개의 일자리를 차지했다.

이는 버락 오바마 대통령이 소수 인종에게 시민권의 문을 더욱 열기 위해 이민법 행정명령을 추진하는 것과 맞물려 히스패닉의 정치적 폭발력을 보여주는 수치다.

히스패닉 인구의 급증은 초등학교에서도 확인할 수 있다. 미국교육통계센터의 최근 조사에 따르면 올해 미국 초등 공립학교 재학생 중 백인이 49.8%에 그쳐 미국 역사상 처음으로 과반에 미달한 것으로 나타났다. 히스패닉계 학생은 25.8%로 조사됐다.

이렇다 보니 2012년 대통령선거에서 버락 오바마 대통령에게 히스패닉 표를 대거 빼앗겼던 공화당은 초조함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당시 오바마 대통령은 히스패닉 유권자 중 71%의 지지를 받았지만 공화당의 밋 롬니 후보는 17%를 얻는 데 그쳤다.

공화당의 대표적인 선거자금 기부자로 꼽히는 억만장자 찰스 코크(78)와 데이비드 코크(73) 형제가 히스패닉 유권자 지원에 나선 것도 이 때문이다. AP통신은 “1000억 달러(약 103조500억 원)의 자산가인 코크 형제가 히스패닉 인구를 공화당 지지층으로 만들기 위해 출범한 ‘리브레(Libre) 계획’을 올해부터 재정적으로 본격 지원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공화당 전국위원회(RNC)는 중간선거를 앞두고 히스패닉계 유권자들이 대거 참여할 만한 행사에 히스패닉이 사용하는 스페인어 통역 인원을 증원하고 나섰다.

이미 월마트 등 유명 상점에서 영어와 병기되고 있는 스페인어를 이제 정치 행사장에서도 쉽게 만나게 될 날이 머지않았다고 미 언론은 전했다.

워싱턴=이승헌 특파원 ddr@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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