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反EU’ 극우黨 약진 전망… 유럽통합 후진하나

  • 동아일보
  • 입력 2014년 5월 19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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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럽의회 22일부터 나흘간 선거… 우크라사태-유로존 위기 핫이슈
反이민-反유로화 앞세운 정파, 최대 30% 의석 차지할 가능성

유로존 재정위기로 인한 장기 경기침체 이후 첫 유럽의회 선거가 22∼25일 유럽연합(EU) 28개국에서 일제히 치러진다. 반(反)유로화, 반이민을 내건 극우파 정당의 대거 약진이 예상되는 속에 우크라이나 사태, 유럽은행 통합, 저탄소 에너지 정책 등이 핵심 이슈로 떠오른 이번 선거는 EU의 미래를 좌우할 분수령이 될 것으로 전망된다.

임기 5년의 유럽의원 의석수는 국가별 인구에 비례해 할당된다. 총 751석 중 인구가 많은 독일이 96명, 프랑스가 74명, 영국과 이탈리아가 각 73명을 차지한다. 인구가 적은 키프로스 몰타 룩셈부르크에서는 6명씩 선출된다.

유럽의회는 EU 28개 회원국의 유권자 5억여 명을 대표하는 의회로 EU 주요 기구 가운데 유일하게 직접 선거로 구성되는 대의기구다. 유럽의회는 과거에는 EU 집행위원회, EU 이사회 등 다른 기구보다 영향력이 약했지만 2009년 리스본 조약 발효를 계기로 입법, 예산 과정에서 큰 영향력을 확보했다.

특히 리스본 조약에 따라 회원국 간 협상으로 지명하던 EU 집행위원회 위원장을 유럽의회 선거 결과를 반영해 선출하는 것도 큰 변화다. 1979년 첫 유럽의회 선거 실시 이후 처음으로 유럽의회 선거에서 승리한 정치집단 후보가 집행위원장에 오르는 것이다. 유럽의회에서는 중도우파 유럽국민당그룹(EPP), 중도좌파 유럽사회당그룹(S&D) 등 7개 범국가적 정치그룹이 유럽 내 다양한 이념적 스펙트럼을 반영해 왔다. EPP에서는 장클로드 융커 전 룩셈부르크 총리, S&D에서는 독일 출신인 마르틴 슐츠 현 유럽의회 의장이 집행위원장 후보로 출마했다.

15일에는 처음으로 5개 정당그룹을 대표하는 집행위원장 후보들의 TV 토론이 유로비전을 통해 30여 개 유럽 국가에 생중계돼 관심을 불러일으켰다. 슐츠 의장은 EU의 일률적인 예산 삭감 정책이 실수였다고 인정하고 탈세범 추적을 위한 정책을 강화하겠다고 밝혔다. 알렉시스 치프라스 그리스 급진좌파 ‘시리자’ 대표는 “EU의 긴축 정책은 그리스의 사회적 비극을 가져온 재앙이었다. 유럽 어떤 곳에서도 다시는 반복해선 안 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또한 지정학적 슈퍼 파워로 부활을 꿈꾸는 러시아를 제지하려는 EU의 우크라이나 사태 외교정책을 놓고도 치열한 논쟁이 벌어졌다.

유럽의회 선거는 각국 정부에 대한 ‘중간평가’의 역할도 할 것으로 보인다. 특히 2009년 발생한 유로존 위기로 EU의 존립 자체가 흔들리는 상황이어서 반EU, 반이민, 반유로화를 내건 극우 포퓰리즘 정당에 표심이 쏠릴지가 관심거리다. 영국 독립당(UKIP)과 프랑스 국민전선(FN) 등은 사전 여론조사에서 1위를 차지하고 있다. 독일 헝가리 스웨덴 덴마크 핀란드 네덜란드 등에서도 극우정당이 유럽의회에 대거 진출할 것으로 보인다.

유럽 싱크탱크 ‘오픈 유럽’은 이번 선거에서 EU의 통합 정책에 반대하는 정파들이 최대 30%의 의석을 차지할 것으로 예측했다.

파리=전승훈 특파원 raphy@donga.com
#유럽의회 선거#유럽연합#유로존 재정위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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