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중국해 갈등 해결은커녕 조장… 경제대국 걸맞은 위상 못보여줘
“美역할 쇠퇴… 국제사회 힘의 공백, 아시아 중심축 한국엔 기회”
최근 남중국해에서 벌어지고 있는 중국과 베트남 간 영유권 분쟁은 더이상 국제 문제를 조율할 국가 그룹이 없는 ‘G제로(G0) 시대’에 접어들었다는 분석에 힘을 싣고 있다. 주요 2개국(G2)의 하나인 중국이 국제사회의 진정한 리더로서 ‘갈등을 해결’하기는커녕 ‘갈등을 조장’하고 있기 때문이다.
○ 베트남, 중국과 첨예한 갈등
11일 베트남 전역에서 중국을 비난하는 시위가 벌어졌다. 중국 선박들은 전날 남중국해 분쟁 도서에서 석유 시추를 추진하면서 이를 막는 베트남 경비정과 고의로 충돌했다. 이 과정에서 베트남 측 부상자가 10여 명 발생했다.
베트남 수도 하노이와 남부 호찌민, 중부 다낭에서 동시다발적으로 벌어진 이날 시위에는 이례적으로 수천 명이 참가해 들끓는 베트남의 반(反)중국 기류를 반영했다. 일부 종교단체도 가세했다.
특히 베트남 국영 언론들은 종전과 달리 이 시위를 대대적으로 보도했다. 과거에는 중국을 자극하지 않기 위해 노력했지만 더이상은 중국을 의식하지 않는다는 뜻이기도 하다. 앞서 베트남 연안경비대도 중국 측 선박이 베트남 경비정을 들이받거나 물대포로 공격을 하는 동영상을 모두 공개했다. 국제사회 여론에 ‘호소’하려는 의도로 보인다. 그러나 중국은 항공기와 헬리콥터까지 동원해 베트남 경비정의 접근을 더 강하게 막는 강경대응에 나서고 있다.
○ G2가 제 역할 할 때까지 ‘힘의 공백’
세계 최대 정치리스크 컨설팅 회사인 미국 유라시아그룹의 이언 브레머 회장은 지난달 28일 외교전문지 포린폴리시와의 인터뷰에서 “중국은 미국에 이어 세계 경제대국으로 성장했지만 국제사회 질서를 유지하려는 책임감 있는 모습을 보일 만한 수준은 아니다”라고 지적했다. 브레머 회장은 국제사회에서 미국의 힘이 줄고 중국은 아직 제 역할을 하지 못하는 상황을 ‘G0’라고 명명했다. 국제 문제를 선도적으로 조율할 국가 그룹이 없는 공백 상태라는 의미다.
실제 1976년 결성된 주요 7개국(G7)은 1997년 아시아 외환위기에 대처하지 못하면서 사실상 ‘약발’을 잃었다. G7 대안으로 평가받는 주요 20개국(G20)은 2008년부터 정상회의로 격상되면서 위상이 높아졌지만 민감한 현안에 대한 합의를 끌어내기가 쉽지 않다는 것이 최대 단점이다. 지난해 9월 러시아에서 열린 G20 정상회의는 회원국들이 국제사회 최대 현안인 ‘시리아 문제’에 이견을 보이면서 아무런 결론을 내지 못했다.
중국이 급부상하면서 G2가 G7과 G20의 대안으로 평가받기도 하지만 중국은 베트남 필리핀 등 주변국과의 갈등조차 제대로 조율하지 못하고 있다. 또 국제사회의 보편적 인권 기준에도 한참 미치지 못해 ‘리더 국가’가 될 수 없다는 평가도 받는다.
○ G0 시대 한국에 기회
브레머 회장은 포린폴리시와의 인터뷰에서 “미국이 아시아로의 중심축 이동(피벗 투 아시아) 정책을 펴는 것은 아시아의 중요성을 인식한 것”이라고 말했다. 이는 ‘G0 시대’에 아시아 국가들의 성장 가능성이 크다는 것과 맥이 닿는다.
브레머 회장은 그의 최신 저서 ‘리더가 사라진 세계’에서 한국과 베트남 인도네시아 등 몇몇 ‘아시아 중심축 국가’들이 G0의 공백을 이용해 특정 국가에 의존하지 않고 다양한 국가들과 더불어 서로 이익을 추구하며 발전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그는 한국이 미국은 물론이고 칠레 호주 인도 유럽연합(EU) 터키 캐나다 등과 자유무역협정을 맺은 사실을 거론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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