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만명 희생 끝에… 필리핀 44년 내전 종식

  • 동아일보
  • 입력 2014년 3월 28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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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이슬람반군 평화협정 서명… 이슬람에 민다나오 자치권 부여

필리핀 정부와 최대 이슬람 반군인 ‘모로이슬람해방전선(MILF)’은 27일 수도 마닐라의 대통령궁에서 평화협정에 서명했다. 1970년 개전 이후 44년 동안 약 15만 명의 목숨을 앗아간 필리핀 내전이 공식적으로 막을 내린 것이다. 이날 서명식에는 베니그노 아키노 대통령과 무라드 에브라힘 MILF 의장, 평화협상을 중재해 온 나집 라작 말레이시아 총리 등 국내외 인사 1000여 명이 참석했다.

이번 협정으로 MILF는 독립국가 건설을 위한 무장투쟁을 철회하는 대신 필리핀 남부 민다나오 섬에 ‘방사모로 자치주’를 갖게 됐다. ‘모로’는 이슬람교도를 뜻하는 말이다.

방사모로 자치주는 필리핀 전체 국토의 약 10%에 이르며 상당 수준의 자치권을 인정받을 예정이다. 우선 MILF는 자치주에서 독자적인 의회와 경찰 등을 구성하게 되며 과세권도 갖는다. 또 막대한 천연자원 개발에 따른 수입도 중앙 정부와 나눠 갖는다. 다만 국방과 외교, 통화관리 등과 관련한 권리와 책임은 중앙정부가 행사한다. 양측은 올해 말까지 방사모로 자치주 설립을 위한 기본법을 제정할 계획이다.

마닐라에서 700km 정도 떨어진 민다나오 섬은 필리핀에서 루손 섬에 이어 두 번째로 크다. 이곳은 1970년 이슬람 반군이 결성된 이후 근거지 역할을 했다. 필리핀 국민의 약 80%는 가톨릭을 믿지만 민다나오 섬에서는 주민의 약 25%인 400여만 명이 이슬람교도다. 이슬람 국가인 말레이시아와 지리적으로 가까워 민다나오 섬을 통해 필리핀에 이슬람교가 전파됐기 때문이다.

이번 협정과 관련해 아키노 대통령의 한 측근은 “매우 중요한 의미를 갖는 역사적인 협정으로 향후 필리핀 전체의 평화와 발전에 크게 기여할 것”이라고 기대했다. 가질라 자파르 MILF 부의장도 “이번 협정으로 남부 민다나오 지역의 내전이 막을 내릴 것”이라고 의미를 부여했다.

그러나 평화협정이 체결된 뒤에도 큰 영향력을 가진 기독교 계열 정치세력이 반발할 가능성이 있는 데다 MILF 이탈 세력이 무장투쟁을 선언해 평화가 안착되기까지는 적지 않은 진통이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MILF 지도부의 협상 노선에 반발한 ‘방사모로 이슬람전사단(BIFF)’은 올 들어 정부군과 교전을 벌이기도 했다. 전문가들은 평화협정 당사자인 아키노 대통령의 임기가 끝나는 2016년 중반까지 협정 이행을 보장할 장치가 충분하지 않다며 평화 정책에 신중한 자세를 보이고 있다.

김지영 기자 kimjy@donga.com
#필리핀 내전#이슬람#민다나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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