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집트 국방장관 “대선 출마” 공식 선언

  • 동아일보
  • 입력 2014년 3월 28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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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국 재건” 외치며 장관직 사임
51% 압도적 지지… 당선 확정적

유력한 차기 이집트 대통령 후보인 압둘팟타흐 시시 이집트 국방장관(59·사진)이 26일 장관직을 내놓고 대선 출마를 공식 선언했다.

이날 군복을 입고 국영TV 앞에 선 시시 국방장관은 “오늘이 내가 군복을 입는 마지막 날”이라며 “겸허한 마음으로 이집트 대통령 후보로 나서겠다”고 밝혔다. 이집트 선거법은 대선에 출마하려면 먼저 공직에서 물러나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시시 장관은 이어 “이집트가 두려움과 테러로부터 자유로울 수 있도록 매일 싸워 나갈 것”이라며 “(국민들은) 이집트를 재건하기 위해 열심히 일하고 인내심을 보여 달라”고 덧붙였다.

로이터통신은 “시시 장관의 대선 출마로 이집트는 군 출신 인물이 나라를 이끌어 나가던 시절로 되돌아가게 됐다”고 전했다. 역대 이집트 대통령 중 군 출신이 아닌 인물은 2012년 6월부터 약 1년 동안 집권했던 무함마드 무르시 전 대통령이 유일하다. 무르시 전 대통령은 지난해 7월 시시 국방장관이 이끄는 군부에 의해 축출됐다.

시시 장관의 당선은 큰 이변이 없는 한 사실상 확정적이다. 이달 발표된 여론조사에서 51%의 압도적 지지를 받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다른 유력 후보들은 출마를 꺼리고 있다. 현재 대선 출마를 선언한 인물은 2012년 대선 1차 투표에서 3위를 차지한 야권의 함딘 삽바히뿐이다.

뉴욕타임스는 “정책 이슈들에 대한 시시 장관의 견해는 많이 알려지지 않았다. 대선 출마 연설에서는 군부가 이끌고 있는 이슬람 무장세력과 시위대들에 대한 전투를 계속해 나갈 뜻을 비쳤다”고 보도했다.

시시 장관의 발표를 앞두고 이집트 군과 경찰은 카이로대 캠퍼스에서 최근 무르시 지지 세력 529명에게 내려진 사형 판결에 반대하며 시위를 벌이는 이들을 향해 최루탄 등을 발사했다. 이 과정에서 최소 1명이 숨진 것으로 전해졌다. 이와 함께 이집트 당국은 시시 장관의 출마 선언 몇 시간 전 무르시 지지자 919명에 대한 추가 기소를 결정하는 등 강경 대응 방침을 분명히 했다.

박희창 기자 ramblas@donga.com
#이집트#압둘팟타흐 시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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