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바마 보란듯… 푸틴 “크림은 영원히 러시아 땅”

  • 동아일보
  • 입력 2014년 3월 19일 03시 00분


러 하원 연설서 합병 공식화… 연방가입 협정서 초안도 서명

“크림은 과거에도 그랬고 앞으로도 영원히 분리될 수 없는 러시아의 일부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18일 세계의 이목이 집중된 국가두마(하원) 연설에서 크림 반도 합병을 공식화했다. 전날만 해도 미국 등 서방과의 전면 대결을 우려한 푸틴 대통령이 합병 대신 ‘실효적 지배’를 선택할 수도 있다는 전망이 있었다. 하지만 푸틴 대통령에게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의 경고는 마이동풍(馬耳東風)에 불과했다.

푸틴 대통령의 행보는 거침이 없었다. 푸틴 대통령은 17일 크림자치공화국의 독립국 지위를 인정하는 대통령령과 크림의 러시아 연방 가입에 관한 협정서 초안에 보란 듯이 서명했다. 미국과 유럽연합(EU)이 러시아 인사들에 대한 제재 조치를 발표한 직후였다.

그는 18일 연설에서는 특유의 강한 표정과 어조로 “크림 주민은 자신의 운명을 스스로 결정했다. 러시아가 이를 무시한다면, 그것이야말로 반역”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또 “러시아와 우크라이나는 한 나라와 같다. 앞으로도 지속적으로 협력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주민투표 결과를 부정하는 서방에는 “자결권을 규정한 국제법에 일치하는 것”이라고 반박했다.

다만 “러시아가 크림 반도 이외 지역을 취할 것이라는 (서방의) 말을 믿지 마라. 필요 없다”며 크림 반도 이외의 지역에 대한 움직임을 자제할 뜻임을 내비쳤다.

오바마 대통령의 경고를 무시하고 거침없는 행보를 펴는 푸틴 대통령에 대해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오바마는 맷집이 없다는 푸틴의 시각이 드러난 것”이라고 분석했다. 지금까지 오바마 대통령과 푸틴 대통령은 크게 세 차례 대립했으며 모두 푸틴 대통령의 완승으로 마무리됐다.

오바마 대통령은 지난해 6월 미 국가안보국(NSA)의 기밀 감시 프로그램을 폭로한 전 중앙정보국(CIA) 직원 에드워드 스노든을 체포하기 위해 푸틴 대통령에게 협조를 요청했다. 하지만 푸틴 대통령은 스노든의 러시아 망명을 허용했다.

오바마 대통령은 내전 중에 화학무기를 사용한 시리아의 바샤르 알아사드 정권 응징을 추진했지만 푸틴 대통령의 적극적인 반대를 넘지 못했다. 최근 소치 겨울올림픽을 앞두고 불거진 러시아의 반(反)동성애법 제정 문제를 두고 오바마 대통령은 개회식 불참을 선언하며 푸틴 대통령을 비난했지만 변화는 없었다. 소치 올림픽도 성황리에 마무리됐다.

푸틴 대통령의 3연속 압승에 이은 두 사람의 대립은 이번 우크라이나 사태에서도 푸틴 대통령에게 유리하게 전개되고 있다. 미국 워싱턴포스트(WP)와 영국 가디언 등은 17일 “미국과 EU의 러시아 인사에 대한 제재에는 거물들이 제외돼 효과가 없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푸틴 대통령은 물론이고 세르게이 쇼이구 국방장관, 세르게이 이바노프 크렘린 행정실장(비서실장) 등 실세들이 모두 제외됐다. 알렉세이 밀러 가스프롬 사장, 이고리 세친 로스네프트 사장 등 푸틴의 ‘돈줄’도 건드리지 못했다.

한편 러시아는 푸틴 대통령의 국가두마 연설에 앞서 우크라이나의 정치·군사 중립화, 자치연방제 확립, 러시아어 공용어 지정 등을 서방 측에 제안했지만 EU 외교장관들은 거부했다고 파이낸셜타임스(FT)가 보도했다.

김기용 기자 kky@donga.com
#오바마#푸틴#러시아#크림자치공화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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