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베 폭주의 엔진 ‘閣議’ 여론 역풍에 긴급 감속

  • 동아일보
  • 입력 2014년 3월 7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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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단자위권 등 의회 심의 없이 내각 결정만으로 효력화 추진
연립여당 등 각계비판 쏟아지자 아베 “국회심의 당연” 한발 물러서

아베 신조(安倍晋三·사진) 일본 총리의 브레이크 없는 폭주의 가장 주요한 수단인 ‘각의 결정’이 여론의 역풍을 맞고 있다. 각의 결정은 일본 행정기관인 내각이 중요 정책을 결정할 때 각료 전원이 문서에 서명하는 것으로 국가기관을 움직이는 효력이 생긴다. 국회 논의나 심의는 필요 없다.

아사히신문은 6일 “아베 정권이 집단적 자위권, 각의 의사록 공표 등을 각의 결정으로 추진하고 있다. 이 경우 국회의 감시 없이 총리가 중요 정책을 결정할 여지가 크다”고 꼬집었다.

각의 결정의 폐해는 아베 내각이 지난해 12월 국가안전보장전략(NSS), 신(新)방위대강, 중기방위력정비계획 등 ‘안보 3종 세트’를 확정한 과정에서 잘 나타났다. 일본이 외교안보를 총괄하는 국가전략 문서인 NSS를 만든 것은 제2차 세계대전 이후 처음. 그만큼 중요한 사안이었지만 일본 국민은 사전에 내용을 전혀 알 수가 없었다. 아베 내각이 각의 결정을 해 버렸기 때문이다. 일본의 안보는 한국, 중국 등 이웃 국가에도 영향을 미치지만 양국 역시 각의 결정 후에야 내용을 파악할 수 있었다.

하지만 총리 편에선 민감한 이슈를 신속하게 처리하기에 각의 결정 방식이 편하다. 총리가 모두 임명하는 각료들도 총리 의중대로 움직일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오타 아키히로(太田昭宏) 국토교통상은 최근 국회 질의응답에서 “(집단적 자위권에 대한) 아베 총리의 의견에 모두 동의한다”고 밝혔다. 그는 집단적 자위권 허용을 반대하는 공명당 출신 국회의원이지만 당론을 뒤로하고 총리를 따랐다.

이런 상황에서 ‘집단적 자위권 허용을 위한 헌법 해석 변경’이 각의 안건으로 올라온다면 ‘통과’가 확실시된다. 각의 결정이 늘어날수록 아베 총리의 폭주는 더 빨라질 수밖에 없다.

그러나 최근 연립여당과 국민의 ‘신중’ 여론이 우세해지면서 아베 총리는 최근 각의 결정에서 속도를 조절하고 있다.

아베 총리는 5일 참의원 예산위원회에서 “(집단적 자위권에 대해) 국민 여러분 앞에서 국회에서 논의하는 것은 당연하다”고 말했다. 각의 결정 방식에 대한 각계의 비판이 쏟아지자 한발 물러선 것이다. NHK 방송은 6일 “정부 안에서 6월 22일까지인 정기 국회 회기 중 헌법 해석을 변경하는 것은 어렵다는 전망도 나온다”고 보도했다.

아베 정권은 이달 각의 결정을 할 예정인 ‘무기수출 3원칙’ 수정 작업과 관련해 연립여당인 공명당을 배려하는 모습도 보이고 있다. 6일 아사히신문에 따르면 아베 내각은 기존 3원칙 중 ‘국제분쟁 당사국에 대한 무기수출 금지’ 항목을 삭제할 계획이었지만 공명당의 주장을 반영해 삭제하지 않기로 했다.

도쿄=박형준 특파원 lovesong@donga.com
#일본#아베#각의 결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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