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 양회앞둔 쿤밍 테러…170여명 사상

  • 동아일보
  • 입력 2014년 3월 2일 07시 16분


1일 중국 남부 윈난(雲南) 성 쿤밍(昆明) 시에서 '묻지마 칼부림' 테러가 발생해 170여 명이 죽거나 다쳤다.

중국 최대 정치 이벤트인 양회(兩會·전국인민대표대회와 전국인민정치협상회의) 개최를 이틀 앞두고 긴 칼만으로도 대규모 인명 피해가 발생한 것이다.

2일 중국 관영 신화(新華)통신, 미국 AP 통신 등에 따르면, 1일 오후 9시 20분께 쿤밍 시 중심지인 쿤밍기차역 광장에 검은색 복면을 쓴 괴한 10여 명이 길이 40cm가 넘는 칼을 들고 나타났다. 이들은 노인과 어린이를 가리지 않고 닥치는 대로 칼을 휘둘렀다.

목격자들은 "광장에 앉아 있었는데 갑자기 칼 든 사람들이 뛰어 들어오더니 보는 사람마다 찔러 죽였다"고 말했다.

웨이보(微博·중국판 트위터) 등에 올라온 사진에는 광장은 물론이고 역사(驛舍) 안에도 피를 흘린 채 쓰러진 시신들이 보였다. 또 여행객들의 가방과 안경, 휴대전화 등 소지품이 여기저기 어지럽게 흩어져 있었다.

이번 사건의 사망자는 테러 용의자를 포함해 최소 33명으로, 부상자는 140명 이상으로 알려졌다.

사건 발생 뒤 출동한 경찰은 현장에서 괴한 4명을 사살하고 1명을 붙잡았다. 사망한 괴한 중 1명과 체포된 1명은 여자로 알려졌다. 경찰은 도주한 나머지 일행을 찾고 있다.

쿤밍은 한국인 관광객도 많이 찾는 지역이다. 하지만 한국인이나 교민 피해는 없는 것으로 파악됐다고 청두(成都)주재 한국 총영사관 측은 밝혔다.

쿤밍 시 당국은 이번 사건을 '신장(新疆) 분리 독립 세력의 조직적이고 계획된 테러'로 규정하고, 붙잡힌 범인을 상대로 범행 동기를 조사 중이다.

시진핑(習近平) 국가주석은 "법에 따라 테러리스트들을 엄벌하고 (그들의) 날뛰는 기세를 강력하게 꺾어 놓아야 한다"면서 수사에 전력을 기울일 것을 지시했다.

반기문 유엔사무총장도 "어떤 이유에서든 무고한 시민을 살해한 것을 정당화할 수 없다"며 테러 행위를 비난했다.

신장자치구 위구르족들은 1949년 중국 편입 이후 끊임없이 독립운동을 벌여왔다. 국공내전 등으로 중국이 혼란한 틈을 타 위구르족은 1933¤1934년, 1943¤1949년 독립국가인 동투르키스탄공화국을 세운 적이 있다. '동투르키스탄 이슬람 운동(ETIM)' 등의 단체가 분리독립을 요구하며 테러 활동을 하기도 했다.

이런 가운데, 지난 2009년 7월 신장위 구르자치구 우루무치(烏魯木齊)에서 197명이 사망하고 1700여 명이 부상한 유혈시위가 벌어지기도 했다. 작년 10월 베이징 톈안먼 앞에서는 위구르인 일가족이 차량을 돌진시켜 5명이 사망하는 초유의 사건이 발생했다.

이번에 테러가 일어난 윈난성 쿤밍도 신장자치구의 주도인 우루무치로부터 4천㎞가 넘게 떨어진 곳이다.

동아닷컴 디지털뉴스팀 기사제보 dnews@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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