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북아 방공구역 갈등]150m 아래 손에 잡힐듯한 이어도

  • 동아일보
  • 입력 2013년 12월 4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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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극기가 힘차게 펄럭였다
“이어도 이상무” 초계비행 동승 르포

이지스함인 율곡이이함(위)이 2일 오전 종합해양과학기지(아래)가 있는 이어도 해역에서 해군 해상초계기(P-3C)와 함께 ‘이어도 해역 기동 경비작전’을 실시하고 있다. 이어도 해상=사진공동취재단
이지스함인 율곡이이함(위)이 2일 오전 종합해양과학기지(아래)가 있는 이어도 해역에서 해군 해상초계기(P-3C)와 함께 ‘이어도 해역 기동 경비작전’을 실시하고 있다. 이어도 해상=사진공동취재단
“현재 이 비행기는 한국방공식별구역(KADIZ)을 통과하고 있습니다. 10분 후 이어도 상공에 도착할 예정입니다.”

2일 오전 9시 10분경 한국 해군 해상초계기(P-3C)에서 KADIZ 통과를 알리는 안내방송이 흘러나오자 온몸에 긴장감이 퍼져 나갔다. ‘이 평화로운 바다 위가 동북아의 화약고가 되다니….’ 초계기는 기존 일본방공식별구역(JADIZ)이자 지난달 23일 중국도 방공식별구역(ADIZ)으로 선포한 문제의 지점으로 진입했다.

해군은 이날 ‘이어도 해역 기동 경비작전’에 나서면서 일본에는 P-3C가 JADIZ를 통과한다는 것을 사전에 통보했지만 중국에는 별도로 알리지 않았다. 중국의 ADIZ 선포를 인정하지 않겠다는 점을 분명히 하는 의도된 조치다. 해군은 “중국의 ADIZ 선포 이후에도 정상적으로 임무를 수행하고 있다”며 “관제소에서 (중국 측에) 교신할 필요도 없다. 더욱이 P-3C 아래 바다는 한국 해군의 관할수역”이라고 강조했다.

이어도 해역에 가까워지자 P-3C는 속도와 고도를 점차 낮추기 시작했다. 비행기는 마치 폭풍우를 만난 배처럼 출렁거렸다. 주위의 지지대를 잡지 않고선 제대로 몸을 가누고 있기조차 힘들었다. 이제 바다 수면과 P-3C 사이의 간격은 겨우 150m. 바다가 손에 잡힐 듯 눈에 들어오자 이어도도 그 모습을 드러냈다.

이어도에는 주황색 철골구조물로 만든 종합해양과학기지와 헬기 착륙시설이 설치돼 있다. 바람에 펄럭이는 태극기는 비록 이어도가 바다 위 암초이긴 하지만 엄연한 주인이 있는 공간임을 외치고 있는 듯했다. P-3C가 도착하는 시간에 맞춰 대잠수함 헬기인 ‘링스’를 탑재한 해군의 이지스 구축함 율곡이이함과 해경의 순시선이 이어도 인근에 나타났다. 율곡이이함은 이번 합동훈련에 참가하기 위해 전날인 1일 오후 2시 반경 경남 창원시 진해에서 출발했다. 해군 관계자는 “이어도가 국제법상 공해상에 위치해 있지만 우리 해양과학기지가 들어서 있어 우리 영토나 다름없다”며 “이번 작전은 이어도 해역의 관할권을 지키려는 우리 해군의 의지를 과시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수중(水中) 적은 일발필중, 수상(水上) 적은 초전격침’. P-3C 내부에는 이런 문구가 큼지막하게 붙어 있다. 문구에서 보듯 P-3C는 주 2∼4회 이어도 인근 해역을 가로지르며 해상경계와 잠수함 탐지 활동을 벌인다. P-3C의 가장 큰 임무는 잠수함 탐지다. 이날 탐지용 부표는 투하하지 않았지만 의심스러운 정황이 발견되면 곧바로 음탐(音探)부표를 바다로 내려보낸다. 잠수함을 발견하면 직접 어뢰를 투하할 수도 있고, 필요하면 인근 함정에 통보해 함께 작전을 펼친다. 해상초계도 중요한 작전 임무 중 하나다. 해군은 “의심선박 등을 구별해 해경에 통보하고 적 함정인 것으로 확인되면 잠수함과 마찬가지로 대함미사일 하푼 등을 쏴서 직접 격퇴할 수 있다”고 말했다.

P-3C의 구체적인 작전 반경은 기밀이지만 초계비행을 할 때는 이어도 남방으로 충분한 지역에 걸쳐 작전을 한다고 군 당국은 설명했다.

스마트폰으로 QR코드를 찍으면 바다와 하늘에서 펼쳐진 해군의 ‘이어도 입체훈련’ 동영상을 보실 수 있습니다.
스마트폰으로 QR코드를 찍으면 바다와 하늘에서 펼쳐진 해군의 ‘이어도 입체훈련’ 동영상을 보실 수 있습니다.
최근 이어도 해역을 노리는 주변국의 움직임이 심상치 않은 탓에 군 당국은 긴장을 늦추지 않고 있다. 실제 일본의 초계기는 이어도 인근 해역을 거의 24시간 초계비행하고 있다. 중국의 해경 함정은 이어도 서남방 75마일(약 120km) 지역까지 접근한다. 최근 한국이 이어도를 포함하는 KADIZ 확대 방침을 정하면서 이어도 해역에선 팽팽한 전운(戰雲)마저 감돌고 있다. 군 관계자는 “군은 어떤 경우에도 이어도를 지켜낼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도 해상=손영일 기자 scud2007@donga.com   

국방부 공동취재단
#방공식별구역#이어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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