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러화 엑소더스… 신흥국 덮친 ‘E의 공포’

  • 동아일보
  • 입력 2013년 6월 14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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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 금융시장 요동]

심각한 딜러들 13일 코스피는 전날보다 1.42% 내린 1,882.73에 장을 마쳐 약 7개월 만에 1,900 선이 깨졌고 원-달러 환율은 0.8원 오른(원화 가치는 하락) 1134.4원에 거래를 마쳤다. 서울 중구 을지로 외환은행 본점 딜링룸에서 딜러들이 심각한 표정으로 업무를 보고 있다. 김재명 기자 base@donga.com
심각한 딜러들 13일 코스피는 전날보다 1.42% 내린 1,882.73에 장을 마쳐 약 7개월 만에 1,900 선이 깨졌고 원-달러 환율은 0.8원 오른(원화 가치는 하락) 1134.4원에 거래를 마쳤다. 서울 중구 을지로 외환은행 본점 딜링룸에서 딜러들이 심각한 표정으로 업무를 보고 있다. 김재명 기자 base@donga.com
13일 세계 금융시장은 미국발(發) 양적완화 ‘출구전략(exit strategy)’에 대한 공포가 지배했다. 경기부양을 위해 풀던 돈줄을 죌 준비를 한다는 건 미국 정부 등이 향후 미국 경제가 좋아질 것으로 본다는 면에서 긍정적인 측면이 있다.

문제는 미국 외에 유럽, 일본과 한국을 비롯한 아시아 신흥국의 경제 사정은 그렇지 못하다는 점이다. 경제 회복세에 지역별로 큰 격차가 있는 상황에서 미국이 출구전략을 쓰면 높은 수익을 찾아 한국 등 신흥국 증시와 채권시장에 들어왔던 외국자본이 썰물처럼 일시에 빠져나가 금융시장에 큰 혼란이 일어날 수 있다. 이런 현상은 장기 경기침체를 벗어나지 못한 한국 경제에 큰 충격파를 던질 수 있어 우려된다.

○ 신흥국에 드리운 출구전락 먹구름

경제전문가들은 미국의 양적완화 조기 종료가 현실화되면 가장 큰 피해자는 아시아 신흥국이 될 것으로 보고 있다.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세 차례의 대규모 양적완화를 단행한 미국이 찍어낸 돈의 상당량은 상대적으로 높은 성장률을 보인 아시아 국가에 유입됐다. 최근 미국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가 올해 안에 양적완화 규모를 축소할 것이라는 전망이 확산되면서 신흥국에 들어온 달러화는 이미 미국으로 돌아가기 시작했다.

실제로 6월 들어 아시아 주요국의 증시는 외국인 투자자들의 이탈로 일제히 하락하고 있다. 지난달 31일 2,001.05였던 한국의 코스피는 13일 연중 최저치인 1,882.73으로 5.91% 하락했고 홍콩 항셍지수는 6.72%, 대만 자취안지수는 3.67% 떨어졌다. 같은 기간 인도네시아는 9.09%, 말레이시아는 1.49% 하락하는 등 동남아 신흥국 증시 역시 연일 하락세를 보이고 있다.

아시아 신흥국에는 주가 급락과 함께 외환시장 불안까지 커지고 있다. 인도네시아 루피아화의 환율은 역대 최고치로 뛰었으며 (통화 가치는 하락) 필리핀 페소화 환율 역시 최근 급등하고 있다.

이종우 아이엠투자증권 리서치센터장은 “지난 7개월간의 글로벌 주가 상승은 선진국의 양적완화에 의한 것이어서 출구전략의 조짐에 금융시장이 엄청난 공포심을 갖고 민감하게 반응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세계 금융시장은 18일 시작되는 미국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에서 벤 버냉키 미국 FRB 의장이 양적완화 ‘출구전략’에 대해 취할 태도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하지만 이때 미국이 양적완화 규모의 조기 축소를 부인하더라도 출구전략이 시간문제라는 인식이 확산되면서 금융시장의 불안은 당분간 반복될 것으로 보인다. 오승훈 대신증권 시장전략팀장은 “미국이 출구전략을 언제, 어떻게 추진할지 명확해질 때까지 금융시장은 계속 불안한 모습을 보일 것”이라고 말했다.

○ 한국 경제에 찬물 끼얹나

한국은 4월까지 15개월 연속 경상수지 흑자를 내면서 외화가 꾸준히 유입되고 있고 세계 7위 수준인 3281억 달러의 외환을 보유하고 있어 자본 유출에 따른 급격한 금융불안이 발생할 우려가 상대적으로 적다는 평가를 받는다. 하지만 미국 출구전략으로 인한 금융시장의 불안이 길어지면 소비와 투자 등 실물경제에 찬물을 끼얹을 수 있다. 환율에 대한 불확실성이 커지면 국가 간 교역에 악영향을 미쳐 세계 각국의 소비와 투자심리를 냉각시킨다.

특히 그동안 선진국을 대신해 한국의 수출 규모를 유지해주던 아시아 신흥국 경제의 악화는 한국에 대형 악재가 될 수 있다. 이 경우 대규모 추가경정예산을 편성하고 기준금리를 인하해 올해 2.8% 안팎으로 성장률을 끌어올리려는 정부의 계획에 차질이 생길 수 있다.

정부는 일단 미국 출구전략에 따른 자본 유·출입 상황에 대한 점검을 강화하면서 글로벌 금융시장의 추이를 살피고 있다. 기획재정부 관계자는 “과도하게 공급된 유동성이 빠지면서 정상화되는 과정”이라며 “하반기에 불확실성이 커질 것으로 어느 정도 예상했던 만큼 과민 반응할 것은 아니다”라고 말했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정부가 적극적으로 외환시장의 변동성을 줄이기 위한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오정근 고려대 교수(경제학)는 “금융시장 불안은 한국의 경상수지에도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며 “환율 방어 등을 통해 경상수지 흑자를 유지하면서 외화 유동성을 확보하고 재정건전성을 강화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문병기·황형준 기자 weappon@donga.com

:: 양적완화 출구전략 ::
경기 회복을 위해 풀었던 지나친 유동성(돈)을 경제에 미치는 부작용을 최소화하면서 서서히 거두어들이는 전략. 미국은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2009년 3월부터 지난해 9월까지 세 차례에 걸쳐 양적완화(QE)를 실시했다. 지나치게 풀린 돈은 경제에 거품을 유발할 수 있는 데다 무한정 돈을 풀 수도 없다. 이 때문에 일정 시점에서 양적완화를 중단하며 출구전략에 나서게 된다. 최근 미국이 경기 회복세에 맞춰 출구전략에 나설 것이란 전망이 나오고 있다.

[BYLINE]
이은우기자 libra@donga.com
#딜러화#딜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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