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오 생일 26일은 中의 크리스마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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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2년 12월 28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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탄생 119주년 전국 추모열기… 고향선 국수 1만 그릇 제공

중국에서 마오쩌둥(毛澤東·사진) 전 주석 숭배 열기가 다시 뜨거워지고 있다. ‘마오 부활의 깃발’을 들고 대중운동을 전개한 보시라이(薄熙來) 전 충칭(重慶) 시 서기가 3월 낙마한 뒤 급속히 움츠러들던 마오 숭배가 조금씩 고개를 드는 것. 마오는 최근 수년 동안 공산당의 정책 변화와 권력투쟁에 맞물려 부침해왔다. 빈부 격차가 커지고 사회 불안정이 심화되면서 높아지는 마오 추앙 움직임은 현 정부에도 점점 부담이 되고 있다.

26일 마오의 탄생 119주년 기념일을 전후로 중국 전역에서 기념행사가 진행됐다고 홍콩 밍(明)보는 최근 잇따라 보도했다. 마오의 고향인 후난(湖南) 성 사오산(韶山)에는 비가 오는 와중에도 전국에서 1만여 명이 25일 저녁부터 몰려들었다. 26일 0시에 종소리와 함께 예포가 발사되면서 기념식이 거행되자 1만여 명이 일제히 마오의 동상에 허리를 굽혀 세 차례 절을 했다.

기념일 당일 온 동네에 폭죽 소리가 끊이지 않았고 마을 주민들은 참배객에게 돼지고기 500kg, 쇠고기 약 350kg, 1마리 분량의 양고기를 준비해 국수 1만 그릇을 만들어 무료로 제공했다. 사오산 현 공식 홈페이지인 ‘톈샤사오산(天下韶山)망’은 이날을 ‘중국의 크리스마스’라고 표현했다.

베이징(北京)에서도 좌파 진영의 웹사이트인 ‘우유즈샹(烏有之鄕·유토피아)’도 26일 대규모 기념행사를 열었다. 이 행사에는 쿵칭둥(孔慶東) 베이징대 교수, 장훙량(張宏良) 중앙민족대 교수 등 좌파 논객과 전 공산당 고급간부의 자제 등이 대거 참가했다. 마오 시대로의 회귀를 주창해 온 우유즈샹은 3월 보 전 서기 사태 이후 폐쇄된 상태다. 이날 우유즈샹 운영자인 판징강(范景剛)은 “사이트가 8개월간 폐쇄됐지만 사용자들은 흩어지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이에 앞서 23일 베이징 한 호텔에서 ‘그(마오)는 인민을 위해 행복을 도모했다’는 주제로 한 기념식이, 국가회의중심에서는 마오의 문학을 기념하는 활동이 각각 열렸다. 이런 행사는 간쑤(甘肅) 허난(河南) 톈진(天津) 등에서도 개최됐다.

마오 숭배는 단순한 추모와 기복을 넘어 현실 정치적인 의미도 적지 않다. 9월 중국이 일본과 센카쿠(尖閣) 열도(중국명 댜오위다오·釣魚島) 영유권 사건이 터졌을 때 전국 각지의 시위대는 마오의 대형 초상화를 들고 나왔다. 좌파세력은 빈부 격차와 사회갈등이 깊어지는 것을 탓하며 평등과 국가의 역할을 강조하는 마오 시대를 찬미해 왔다. 보 전 서기는 마오 시대에 유행하던 ‘혁명가요’ 부르기 캠페인을 벌여 자신의 대중적 영향력을 강화했다.

베이징=이헌진 특파원 mungchii@donga.com
#마오쩌둥#중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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