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검찰 “BoA 모기지 사기” 10억달러 손배訴

  • 동아일보

“부실채권 국책기관에 넘겨 막대한 공적자금 투입 초래”
“끝까지 금융위기 책임 묻겠다”… 은행 상대 잇달아 소송 제기

미국 법무부가 5, 6년 전 금융회사의 주택담보대출(모기지) 부실 판매 및 사기 행각에 대해 잇달아 사법적 책임을 묻고 나섰다. 2008년 금융위기를 불러온 금융회사의 모럴헤저드(도덕적 해이)를 끝까지 추적해 발본색원하겠다는 의지를 드러낸 것이다.

미 뉴욕 맨해튼 검찰의 프리트 바라라 연방검사는 24일 미국 2위 은행인 뱅크오브아메리카(BoA)를 상대로 10억 달러 규모의 손해배상 청구소송을 맨해튼 연방법원에 냈다. BoA가 악성 모기지 채권인 것을 알면서도 이를 국책 모기지 기관인 패니메이와 프레디맥에 팔아넘겨 막대한 손실을 입힌 혐의다. 이로 인해 유동성 위기를 맞게 된 두 기관을 살리기 위해 미 행정부는 2008년 이후 약 1500억 달러(약 164조 원)라는 천문학적 규모의 공적자금을 투입했다. 미 행정부가 패니메이 등에 모기지 채권을 팔아넘긴 업체를 상대로 민사소송을 제기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많은 금융회사가 패니메이 등에 부실 모기지 채권을 팔아넘긴 만큼 유사 소송이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소장에 따르면 BoA가 2008년 7월 인수한 컨트리와이드파이낸셜은 2007∼2009년 모기지 대출의 문턱을 대폭 낮춘 ‘허슬’이란 프로그램을 통해 담보의 안전성을 제대로 확인하지 않고 대출을 해줬다. 이후 내부적으로 문제가 되자 부실을 숨긴 채 대출채권 수천 건을 패니메이 등에 팔아넘겼다. 법무부는 소장에서 “BoA는 이 부실을 숨기기 위해 직원들에게 특별 보너스까지 지급했다”고 밝혔다. 모럴헤저드는 결국 내부자 고발로 들통이 났다. 바라라 연방검사는 “대담하기 짝이 없는 사기 행각이었다. 더이상 무분별한 대출은 용인되지 않는다는 강력한 신호가 되기를 기대한다”고 말했다.

BoA는 투자자들의 부실 모기지 환매 요구 등으로 약 400억 달러의 손실을 봤으며 앞서 메릴린치를 인수하는 과정에서 회사가 부실해져 손실을 봤다며 투자자들이 제기한 집단소송에서 24억3000만 달러의 배상금 지불에 합의한 바 있다.

이에 앞서 뉴욕 검찰은 이달 초 미 최대 은행인 JP모건체이스에 대해서도 2005년과 2006년 모기지 채권의 위험성을 제대로 알리지 않고 투자자들에게 판매한 혐의로 민사소송을 냈다. 아무리 시간이 지나더라도 금융회사의 부실과 사기에 책임을 묻겠다는 미 법무부의 행보는 금융범죄에 관대한 한국에 적지 않은 시사점을 던져주고 있다.

뉴욕=박현진 특파원 witness@donga.com
#미국 검찰#부실채권#모기지#Bo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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